팽목항 잔류 세월호 실종자 가족 "성탄·연말…빈자리 더 커"
"성탄이다 연말이다 세상은 떠들썩한데 세월호 가족들은 4월 16일 그날 그대로입니다."
"연말이 되니 남편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세월호 실종자 양승진 단원고 교사의 부인 유백형 씨는 진도 팽목항 등대 길을 걸으며 바닷바람에 휩쓸려 한쪽으로 밀려난 추모 리본을 하나하나 가지런히 정리했다.
성탄 전야인 24일 세월호 수색이 종료됐지만, 가족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현지를 떠나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팽목항에는 올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떠들썩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쓸쓸한 적막감이 찾는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유씨는 지난 11월 세월호 수색 종료 소식이 전해질 당시 충격을 받고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어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부축을 받는 등 주변으로부터 많은 배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철저히 홀로서 극한의 외로움 속에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유씨는 "안산 집에 그대로 남아있는 남편의 옷이며, 칫솔 등을 보면 남편의 생각나 견디기 힘들어 팽목항에 남아있다"며 "남편을 빼앗아간 바다는 말이 없다"며 통한의 눈물을 훔쳤다.
그는 "성탄절과 연말 모두 들떠 있지만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4월 16일 매일 그날을 그대로 살고 있다"며 "우리에겐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것이 어떤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생과 조카를 찾지 못한 권오복 씨는 새해 시작될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활동만 기다리고 있다.
수색이 한창이던 때에는 수색결과만 기다리며 살다가, 수색이 종료되고서는 인양 결정과 특별조사위의 본격적 활동 시작만을 학수고대하는 기약없는 기다림의 세월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새해맞이는 송구영신이 아니라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의 숙제를 다시 이어받아 풀어가는 '애절한' 과정일 뿐이었다.
온갖 세상사가 바빠서 잊은 건지, 잊기 위해 바쁜 것인지 뭇사람들의 기억에서 세월호의 아픔이 점차 지워지는 것에 실종자 가족들은 못내 섭섭해하면서 가슴아파했다.
무엇보다 당장 생계 등 지원과 관심이 끊긴데 따른 고통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아픔을 더하고 있다.
유씨는 지금 당장 온몸이 쑤시고 무기력증에 빠지지만 의료 지원이 끊기는 바람에 이제는 자비를 털어 매주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있다.
권씨도 지난 10월 3번째 받은 생계지원금을 마지막으로 마땅한 생계비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단원고 실종자 허다윤 양의 아버지도 이들 실종자 가족의 동병상련 사연에 한숨을 내쉬다,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진 다윤이 어머니의 병문안을 위해 팽목항을 잠시 떠났다.
권씨는 극적으로 살아서 돌아온, 새해에 7살이 되는 권지연양의 반가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생일을 맞은 권양은 가끔 "엄마가 전화해도 안 받는다"고 말해 주위 사람들 가슴을 아리게도 하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 권씨는 전했다.
권씨는 "권양이 부모와 오빠 소식도 주변에서 간접적으로 전해듣고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있는 눈치나 내색하지 않는 대견함을 보여 또 한번 눈물짓게 만든다고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성탄절 전야는 곤히 자고 있을 권양 머리맡에 몰래 선물을 놓아줄 부모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느해 보다도 애절하다.
또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들에게 2014년 세밑은 평생 감내하기 시련을 안겨줘 무엇을 보내고 무엇을 기대할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혼절할듯한 막막함과 쓸쓸함만이 가득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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