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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버린 마음 속 천진성 다시 샘솟게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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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버린 마음 속 천진성 다시 샘솟게 하는 작품

입력
2014.12.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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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이상교(왼쪽) 최승호씨가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출품작들을 검토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심사위원 이상교(왼쪽) 최승호씨가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출품작들을 검토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심사를 하면서 주목할 만한 신인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우리가 기대한 것은 동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신인다운 패기, 발상의 대담함, 표현에 대한 남다른 열정, 최초로 만나는 리듬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움’에 대한 기대에 대부분의 작품들은 미치지 못했다.

작품의 주된 독자층이 어린이라고는 하지만, 동시 또한 시이고 느낌의 예술이다. 우리말의 맛과 멋을 자연스럽게 다룰 줄 아는 천의무봉의 솜씨가 있어야 하고, 생략의 문법으로 큰 여백과 긴 울림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순수한 가슴으로부터 천진스런 말들이 흘러넘쳐서 어린 독자의 가슴에 공명의 파도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응모작들에선 관념적인 어른의 냄새가 났고 작위성이 눈에 띄었으며 심지어 어떤 작품에서는 실망스럽게도 시대착오적인 교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까지 논의된 최은묵의 ‘거미집’ 외 2편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작품 처리가 돋보였다. 그러나 너무 밋밋해서 무엇이 기억에 남을지 의문이었다. 임선우의 ‘술래잡기’ 외 2편은 세련된 묘사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아직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작품세계가 없어서 산만한 느낌을 주는 것이 흠이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최우철의 ‘동그라미 사랑’은 섬세한 마음의 무늬와 결이 돋보인 작품이다. 라임을 재미있게 펼쳐나가는 운문시적 재능과 소리글자인 우리말을 맛깔스럽게 요리하는 솜씨로 보아 만만치 않은 문학적 내공이 느껴진다.

“사람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동시를 쓰다가 가슴 속 천진성의 샘이 말라버린 것처럼 여겨질 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동그라미 사랑’을 다시 읽어보고, 너그럽고 따스하고 천진한 본래 마음자리를 확인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사위원 이상교(아동문학가)ㆍ최승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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