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을 쓰다 보면 날을 세워서 사회비판을 하고 싶은 욕심이 들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연극은 결국 사람들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좀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상처를 드러내는 것도 좋지만 묵묵히 아픔을 견뎌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박교탁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는 작가의 이 같은 따뜻한 시선이 투영된 작품이다. 박씨는 “어린 시절 시골 재래식 화장실에 빠졌던 기억과 아버지를 떠올리며 작품을 구상했다”며 “실제 추억을 설정으로 가져오고 내용은 전혀 새롭게 채운 결과 과거와 현재의 느낌이 공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희곡이라고는 습작 4편(단막3편, 장막 1편)을 써 본 게 전부일만큼 박씨는 애초부터 희곡 작가를 꿈꾸던 작가 지망생이 아니었다. 그는 중ㆍ고교 시절 유도를 해 체육학과에 진학했지만 군대에서 꾸준히 소설을 읽은 후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다시 입학한 박씨는 “처음에는 극작과에 갈까 했지만 문창과에 가면 시, 소설, 희곡 등을 다 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전공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요즘 희곡보다 시와 소설 등을 주로 쓰고 있다. 그는 “희곡이나 시나 큰 돈을 벌게 해주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여러 소재를 다루면서 모르던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습작 4편이 고작이라고는 하지만 희곡을 쓰겠다는 그의 집념은 대단했다. 차범석희곡상에 장막 희곡을 출품했다가 고배를 마신 후 대학 시절 은사인 이강백 작가를 찾아가 가르침을 구했다. 그는 “글 내용에 대한 가르침보다 어떻게 하면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무대 위 모습이 그려지게 희곡을 쓸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그 후 그는 메모지에 무대 모양의 그림을 그려놓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틈틈이 메모한다. 탈고를 끝마친 작품은 4편이지만 메모지에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30편이 넘는다.
작가를 준비하며 학습지 회사, 의료기기 업체 등에서 일했던 그는 이제 무대에 올리고 싶은 작품을 고민하고 차기작을 구상하는 작가가 됐다. “차기작으로 731부대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 중”이라는 그는 “무대라면 다 좋다. 특히 1인극 무대도 꼭 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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