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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두드리는 소리가 공포인 사회에 대한 의문에 쓰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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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두드리는 소리가 공포인 사회에 대한 의문에 쓰게 돼

입력
2014.12.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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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아니라는 게 너무 기뻐요.”

김복희씨는 신춘(新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당선자였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 복숭아 같은 뺨을 빛내며 들어온 김씨는 이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시를 쓸 수 있게 됐다며 내내 웃었다.

김씨는 원래 시가 아닌 소설을 먼저 썼다.

“시에 대한 선입견이 컸어요. 편모 슬하도 아니고 불치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내가 시를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요. 저는 평범하게 자랐거든요.”

그러나 지인의 권유로 대학교 4학년 때 쓴 시가 작은 문예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예상치 못한 길이 하나 더 열렸다. 평범한 사람의 생에도 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그는 새로 열린 길을 춤추면서 내달렸다. 김씨는 시를 “참고 참았던 말을 쏟아 놓는 장소”라고 표현했다.

“시가 너무 좋아지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하면 계속 시를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얼마나 벌어야 주변의 간섭 없이 시를 쓸 수 있을까, 계속 시를 쓰려면 시인이라는 직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를 가지고 계속 고민했어요.”

신춘문예에 응모한 것도 시를 쓸 명분을 얻기 위함이었다. 2010년부터 응모해서 햇수로 5년. 그 동안 몇몇 친구들과 서로 쓴 시를 보여주며 대화한 적은 있지만 기성 시인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지도나 평가를 받아본 적은 없다. 알게 모르게 경계했기 때문이다. 전공도 문예창작학과가 아닌 국어국문학과를 택했다.

“시를 배워서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어요. 아무도 첨언하지 않은 내 세계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이상하게 고집을 많이 부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교류의 좋은 면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김씨가 만들고자 했던 시 세계는 당선작 ‘백지의 척후병’에서 그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낮에 자취방에 혼자 있다가 가스 검침원의 문 두드리는 소리에 떨었던 기억을 배경으로 이 시를 썼다고 했다.

“나는 왜 평범한 이웃의 방문에 그렇게 겁을 먹었을까, 이렇게 공포에 떨게 만든 이 사회는 도대체 뭔가, 라는 의문으로 쓴 시예요.”

그는 앞으로도 시를 통해 세계와 계속 맞닥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내 감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서 더 가야 할 지점이 분명히 있다는 걸 알아요. 2014년 우리 사회에 일어난 수많은 일들이 어떻게 시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계속 그런 고민을 하고 싶어요. 내 안에만 갇히지 않고 다른 사람, 다른 세계를 어떻게 맞닥뜨릴지에 대해서요.”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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