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나의 시가 보여지지 못하고 죽은 시가 되는 게 아쉬웠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나의 시가 보여지지 못하고 죽은 시가 되는 게 아쉬웠죠

입력
2014.12.23 19:39
0 0

당선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윤종욱씨는 자기 방에 있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게 된 집에서 그는 큰 방으로 옮기지 않고 원래 쓰던 작은 방에 남았다. 큰 방이 자신의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처한 현실과 꼭 닮은 것 같은 그 방에서 윤씨는 방에 관한 시를 썼다.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시 여섯 편 중 두 편이 방을 소재로 한 시다. 당선된 작품은 그 중 ‘방의 전개’다.

그는 작은 방처럼 적막했다. 전화 상으로도, 대면한 자리에서도 감정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던 그는 시에 대해 얘기하자 비로소 표정을 드러냈다. 윤씨가 처음 시를 쓴 것은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 시간, 무서운 교사들의 눈을 피해 공부처럼 보이면서 공부 아닌 것을 하기 위해서였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는 국문과를 택했고, 거기서 교수로 부임한 김행숙 시인을 만났다. 거의 이름만 남아 있던 동아리에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던 김 시인과 윤씨는 함께 시를 쓰고 놀 부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윤씨가 자기 시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시가 이런 거구나, 이렇게 써야 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출판사에 취직해 4년간 편집자로 일했다. 전업 시인이 될 생각은 없었지만 시 쓰기를 그만 둘 생각도 없었던 그는 일하는 틈틈이 시를 썼다. 2013년에는 직장을 나와 지금은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어차피 평생 시를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등단을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쓴 시가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못하고 죽은 시가 되는 것은 아쉬웠어요. 더 잘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요.”

당선 소식을 들은 윤씨는 내일로 예정된 기말고사도 포기하고 인터뷰 자리에 나왔다. 그러나 소감을 묻는 말에 더럭 튀어나온 답은 “두렵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어떤 시를 써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정말 대중에게 내 시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니까 두려웠어요. 등단하면 좋을 줄로만 알았는데 이게 무서운 거였네요.”

이번 당선이 방 안에 머물렀던 그의 시를 바깥으로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될까. 그는 졸업 후 직장 생활과 시 쓰기를 병행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어떤 시를 써야겠다는 뚜렷한 생각은 없어요. 그냥 지금처럼 내 현실을 이야기하고 그게 읽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면, 지금은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