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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쪽 합의’ 앞세워 노동개혁 밀어붙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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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쪽 합의’ 앞세워 노동개혁 밀어붙여선 안 된다

입력
2014.12.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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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어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기본 원칙과 방향’에 합의했다. 산하에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석 달간의 진통 끝에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앞서 노사정위는 논의 대상인 5대 의제 및 14개 세부과제를 확정한 바 있다. 노사정위는 이 가운데 노동시장 이중구조, 임금ㆍ근로시간ㆍ정년, 사회안전망 정비 3개 우선과제 논의를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을 놓고는 노ㆍ사ㆍ정 간 동상이몽이 여전해 험로가 예상된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이날 “위원들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지속 가능한 경제ㆍ사회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합의에 대해 “네덜란드 바세나르협약과 성격이 유사한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일 뿐 실상은 거리가 멀다. 1982년 네덜란드 노동자와 사용자 단체들이 합의한 ‘고용정책에 관한 일반 권고’를 일컫는 바세나르협약은 고용에 관한 모든 이슈를 망라해 78개항에 이르는 부속합의까지 포함하고 있다. 반면 이날 노사정위 합의에는 A4용지 2장 분량에 구조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전문과 ‘공동체적 시각’ ‘사회적 책임 분담’ 2개 원칙, 그리고 5대 의제를 문장으로 풀어 쓴 방향이 담겼을 뿐이다.

바세나르협약 수준의 대타협을 꼭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면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섣부른 의미 부여가 과욕을 불러 오히려 신중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그르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3개 우선과제 논의 시한을 내년 3월로 못 박은 것을 두고도 시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안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동계에서는 노사정위가 명분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일방통행 정책 추진은 이런 우려와 비판을 흘려 들을 수 없게 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노사정위 기본합의 전날인 22일 ‘2015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최우선 순위는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기치로 정규직의 해고요건 완화 등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또 이달 안에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정위 3개 우선과제에 엄연히 포함됐는데도 대책 발표를 서두르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안의 시급성만 앞세워 정부 방침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가는 개혁은 더 어려워진다. 더구나 노동계의 양대 축인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아 시한 내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추진 과정에서 갈등과 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노사정위가 바세나르협약에서 취해야 할 것은 그럴듯한 모양새가 아니라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 성실한 대화와 타협, 그리고 진정한 합의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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