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허위 글 수십 건 게재 혐의
“박근혜 대통령이 방북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등 박 대통령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퍼뜨린 40대 남성이 구속기소됐다. 지난 9월 16일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 사범을 사법처리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사이버상 허위사실유포행위 전담수사팀(팀장 서영민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23일 박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글들을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로 김모(42)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게시판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박 대통령과 관련해 “최태민, 정윤회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는 등 허위 글 22건을 올린 혐의다. “네덜란드 순방 중 러시아 KGB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최태민 때문에 박근혜가 박정희를 살해한 후 비자금 수첩과 금고 열쇠를 챙겼다”는 등의 글도 게재했다.
김씨는 또 세월호 관련 유언비어 62건을 올려 구조작업에 참여한 해경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가 사전에 계획한 학살극이고, 해경 123정이 세월호를 끌어서 승객들을 수장시켰다”는 글은 약 27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기소된 우모(50)씨가 올린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정부의 대학살 계획”이라는 글도 김씨가 원작자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한 정보보안 전문가인 김씨는 다음 카페 ‘18대 대선 부정선거 진상규명 연대모임’ 대표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들로 하여금 박 대통령에 대해 거부감을 갖도록 해 광범위한 대통령 퇴진운동을 전개할 목적으로 악의적 허위사실을 집중 유포한 것”이라며 “해당 단체의 실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터무니 없는 내용의 허위 글을 올린 김씨의 죄질이 나쁘다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결국 지난 9월 박 대통령의 ‘엄포’에 따라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10월 일반 시민의 진정서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9월 국무회의 발언을 근거로 박 대통령에게 김씨에 대한 처벌의사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지 않으면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며 “박 대통령 측에서 처벌불원 의사를 전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