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개관한 이천 환경학습관
규모 작고 볼거리 빈약...관람객 적어
운영 적자로 "예산 낭비" 비난
영동고속도로 덕평IC를 빠져 나와 42번 국도를 타고 이천 시내 방향으로 10여분 가량 가다 보면 오른편 산 중턱에 높다란 굴뚝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소각해 열 에너지를 만드는 경기동부권 광역 자원회수시설이다. 자원회수시설 옆에 지난 4월 초 부메랑 모양을 닮은 이천환경학습관(이하 학습관)이 문을 열었다.
학습관은 국내 최초로 초극박막 불소 수지필름(ETFE) 이중막을 이용해 만든 2층짜리 대형 온실 건물이다. 대지면적 1만2,717㎡에 연면적 2,994㎡인 학습관은 자원회수시설에서 나오는 폐열로 열대 식물이나 열대 민물고기 등을 키워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23일 오전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에 위치한 학습관을 찾아봤다. 자원회수시설과 인근 스포츠센터로는 끊임없이 차량이 드나들고 있었지만 학습관 주변은 인적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한산했다. 휴관이 의심될 정도였다.
학습관 1층 로비로 들어서자 여직원 1명이 홀로 앉아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00원이며 단체는 1,200원이다. 이천시민이나 장애인 등은 50% 할인된다.
학습관 안으로 들어서자 열대 식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부터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까지 233종의 식물들이 전시돼 있었다. 식물원 귀퉁이에 만들어진 수족관에는 피라루크 등 대형 민물고기 17종이 노닐고 있었고 2층에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관찰대 7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느린 걸음으로 식물원을 모두 둘러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다시 나무와 야생화의 이름을 하나하나 보고 수족관 민물고기의 종류를 파악하며 학습관을 둘러봐도 채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빈약한 볼거리 때문인지 1시간 넘게 학습관 내외를 둘러보았지만 관람객은 단 1명도 없었다. 학습관 개관 당시 “지역 청소년과 관광객들이 환경체험과 놀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이색적인 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이천시의 포부가 무색할 정도였다. 로비를 지키던 여직원 역시 “관람객이 많지는 않다”면서 “유치원생들이 종종 오는데 겨울이라 최근에는 그나마도 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람객이 적다 보니 학습관 건립 자체가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는 학습관 건립을 위해 96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였고 운영비 등으로 올해 3억1,000만원을 썼지만 개관 후 9개월여 동안 6,840명의 관람객만이 찾아 고작 11만8,000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다. 규모가 작고 볼 거리가 빈약하다 보니 일반인 보다는 요금면제를 받는 유치원생들이 관람객의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천시의회 새누리당 한영순 의원은 “학습관 운영비 전액이 고스란히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며 “교육기관이나 단체 등과 연계한 방문객 유치 등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천시 관계자는 “학습관은 생활쓰레기를 소각해 만든 폐열로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든 시설이기 때문에 단순히 금전적인 수치로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앞으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관람객 유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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