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유치 추진 한국항공우주산업 경남 사천시 선회... 투자 MOU 체결
충북경제자유구역청 '뒷북' 대응 MRO단지 추가 조성 사실상 어려워
충북도가 충북 경제자유구역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 온 청주공항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MRO단지 조성을 위해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경남 사천 투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KAI와 경남도, 사천시는 23일 경남 사천시 사천읍 용당리 일원 31만여㎡에 MRO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은 당장 내년 1월 실무 운영위원회를 꾸려 부지제공 방법과 재원마련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RO선도기업인 KAI를 끌어들여 청주공항 인근에 MRO단지를 만들겠다는 충북도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충북도는 청주국제공항 인근 47만㎡부지에 MRO단지와 물류시설을 갖춘 항공전용 산업단지를 만들 참이다. 모두 1,569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6년까지 1구역(15만㎡)을 개발해 MRO선도기업을 입주시킨 뒤 추후 2020년까지 나머지 구역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부지 매입비 등으로 241억원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KAI를 잡지 못하는 바람에 자칫 부지 조성비를 한 푼도 쓰지 못한 채 사업을 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MRO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눈총을 사고 있다.
전상헌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장은 KAI의 MOU체결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천 MRO 클러스터는 국토부가 추진하는 MRO와 무관하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KAI는 중앙정부가 충분히 지원한다면 청주에 별도의 MRO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입장도 전해왔다”면서 “충북도와 국토부는 MRO최적지는 청주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우리와 국토부는 KAI를 제외한 항공사와 전문기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사태를 낙관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국토부는 전 청장의 발언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일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MRO선도기업이 청주든 사천이든 어느 한 곳을 정하더라도 우리가 개입할 수는 없다”며 “선도기업이 최적지를 정하면 우리는 지원만 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가 청주공항 인근에 MRO단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 청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는 지원만 할 뿐 입지 선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잘라 말했다.
국토부의 이런 방침은 전 청장의 주장과는 달리 사천 MRO클러스터가 현실화하면 청주공항 MRO조성 사업을 사실상 물건너갈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MRO단지 부지 조성비 확보에만 열을 올렸을 뿐 국토부나 KAI의 의중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KAI의 MOU체결과 관련해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정부의 행정ㆍ재정적 지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혀 ‘뒷북 행정’이란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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