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이정표ㆍ진윤경ㆍ유민희
女行歌 제목으로 개별 공연
내달 3, 4, 6일 대학로예술극장
한국에서 30대 여성은 욕망과 의무 사이의 경계인이다. 또래의 여성 국악인 3명이 또래의 마음 속으로 음악적 시추봉을 드리웠다. 그들은 그 궤적을 ‘여행가(女行歌)’란 제목의 무대로 띄우기로 했다. 여자로 살아감을 노래하는 세 개의 무대다.
싱어송라이터인 가야금 주자 이정표(33)씨가 먼저 1월 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경계의 정체성 3ㆍ4’이라는 무대를 만든다. 25현 가야금을 뜯으며 노래하지만 전통 가야금 병창식은 아니다. 가야금으로 반주하며 가요처럼 부를 노래는 민요 ‘새야 새야’, KBS 드라마 ‘바람의 왕자’ 중 유리왕의 테마 ‘황조가’ 등이다.
“국악을 전공했지만 가요ㆍ영화ㆍ드라마에서도 활동하기 때문에 정체성에서 혼돈이 많았죠. 그러나 경계에 있는 자로서 당당히 전통 국악에도, 현대 어법에도 구애 받지 않는 저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름하여 이정표식 크로스오버에 대한 자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예술인력집중육성지원(AYAF) 탐방프로그램으로 8월 뉴욕에 간 그는 그곳에서 뮤직홀 록우드 공연까지 했다. 월드뮤직을 하는 말레이시아 태생의 여성 재즈 베이스 주자 린다 오가 이씨의 ‘황조가’를 듣고 편곡을 해주었다. 이번 무대에서 오경수(기타), 이아람(대금) 등과 협연할 ‘황조가’는 바로 린다 오가 편곡한 곡이다.
1월 4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피리 주자 진윤경(33)씨의 ‘피리, 실크로드를 만나다’가 뒤를 잇는다. 인간문화재 제46호 대취타 보유자 정재국씨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제자인 그는 월드뮤직을 말한다. “서역에서 중국, 한국을 거쳐 일본까지, 문화의 실크로드를 피리로 재현하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이번 공연에서 그는 아코디언 같은 몽골 악기 바얀, 중국의 양금, 인도 타악기 타블라 주자 등 6명과 협연한다.
꼬박 석 달 동안 연습한 곡 중에는 작고한 부친께 띄우는 사친(思親)의 노래 ‘머멘토 모리’(1집), 밴드와 함께 거리공연을 했던 ‘인비지블 랜드’(2집) 등 대표작이 포함돼 있다. 이 무대에는 “음악이란 소통하지 못하면 잊혀지는 것”이라는 신념이 삼투해있다. 진윤경씨는 ‘한국의 피리’의 저자이기도 하다.
6일에는 작곡가 유민희(35)씨의 작품이 같은 무대에 오른다. 유씨가 국악이란 오래된 그릇으로 현대 여성의 내면을 길어 올리는 자리다. 그에게 포착된 뭉크의 ‘절규’는 국악적 장치를 거쳐 21세기를 사는 자신의 자화상으로 거듭났다. “공연하는 작품에는 3박과 2박이 뒤섞인 혼합 박자가 많으며 곡에 있는 농현음은 사람의 우는 소리를 재현합니다.” 이날 공연하는 ’목걸이’는 청순한 소녀에서 허영기 있는 중년으로 변해가는 양상을 해금의 울부짖는 소리로 표현한다. ‘마음의 전쟁’은 일상적으로 겪는 관계를 국악기들이 주고 받는 소리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서구화한 한국 사회의 내면을 국악으로 관통하는 시추봉이다. 그는 “한국 전통음악으로 쇤베르크의 표현주의를 구현하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며 “국악기 내면의 표정을 드러나게 하는 것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재학 시절부터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연주는 이슬기(가야금) 김지현(생황) 등 18인조 국악 오케스트라가 맡으며 지휘는 조용민씨가 담당한다.
이번 공연은 AYAF가 지원한다. 관습적 국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전혀 다른 소리의 결과 무늬가 이 시대를 응시한다. (02)703-6599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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