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에 대한 단독 협상권을 따낸 팀은 바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였다. 피츠버그는 2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강정호에 대한 단독 협상권을 획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피츠버그 단장 닐 헌팅턴은 이 소식을 통해 "강정호를 영입할 수 있는 단독 협상 기회를 확보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하며 입단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전했다.
하지만 여론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반응이다. 최고액 입찰 팀이 공개되기 전까지 추측이 무성했지만, 피츠버그로 드러나는 순간부터는 의문이 무성해졌다. 돈을 적게 쓰기로 유명한 전형적 스몰 마켓 팀인데다, 알짜 내야진을 갖추고 있어 강정호 포스팅(비공개입찰)에 거액을 적어낸 데 대한 의문과 함께 그 의도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피츠버그, 내야 견고한데…
피츠버그가 강정호 영입을 위해 500만 2,015달러라는 포스팅(비공개입찰) 비용을 적어낸 데 대해 대다수의 야구전문가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CBS의 존 헤이먼 기자는 "피츠버그에는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를 뒷받침 할 숀 로드리게스가 있으며, 2루에는 닐 워커, 3루에는 조시 해리슨이 있다"며 "놀라운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헤이먼의 말 대로 강정호의 원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에는 타격과 수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조디 머서가 건재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유격수 자리가 '수비의 핵'인 점을 감안하면 안정성 면에서 현재 큰 결함이 없는 유격수 자리에 강정호를 넣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 힘들다.
강정호에게 차순위로 주어질 수 있는 2루수와 3루수 자리도 꽉 찼다. 이번 시즌 피츠버그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홈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2루수 닐 워커와, 첫 풀타임 시즌을 훌륭히 치러낸 3루수 조시 해리슨의 활약을 바탕으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일궈냈다. 특히 조시 해리슨은 타율 0.315로 리그 타격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결국 현재 피츠버그는 주전자리를 꿰차기 쉽지 않은 구단이라는 뜻이다.
● 피츠버그, 돈 안 쓰기로 유명한데…
피츠버그가 대표적인 스몰 마켓 팀이라는 점도 이번 포스팅에 의문 부호를 더한다. 피츠버그는 2014시즌 연봉 총액으로 7,811만 1,667달러를 지출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27위의 지출 규모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절반 가량이 1년에 1억 달러 이상을 선수단 연봉으로 지출하는 데에 비하면 매우 적은 액수다. 올 시즌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 3루수 조시 해리슨은 51만 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팀 내 3위인 575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2루수 닐 워커를 포함해도 세 선수의 연봉 총액은 677만 달러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500만 달러가 넘는 포스팅 비용에, 강정호 측이 연 평균 500만 달러의 몸값 수준에 3~4년 계약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연봉 협상은 매우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타 구단 영입 못하도록 위장입찰?
이처럼 저렴한 몸값 대비 안정감 높은 내야진을 갖춘 피츠버그가 강정호의 영입을 위해 큰 돈을 적어내자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위장입찰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타 팀의 강정호 영입을 방해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심술을 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시즌 피츠버그에 불과 2게임차로 앞서며 지구 우승을 차지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막판까지 강정호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현행 포스팅 시스템에서 피츠버그가 매우 불리한 계약 조건을 고집해 협상이 결렬된다면 포스팅은 없던 일이 된다. 지난 2010년 일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의 경우가 그렇다. 당시 오클랜드는 1,910만 달러라는 최고 응찰액으로 단독 협상권을 따낸 뒤 낮은 연봉을 제시해 협상 결렬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특히 같은 지구의 시애틀과 텍사스가 이와쿠마 영입을 원했던 터라 위장입찰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이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2013년 제도를 수정했다. 현재 일본 선수들의 포스팅 시스템은 일본구단들이 2,000만 달러 한도에서 양도금을 설정하고, 이를 지불할 수 있는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이 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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