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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위의 이야기] 바카이

입력
2014.12.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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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각색하여 만든 연극을 한 편 보았다. 자양강장제로 익숙한 바커스는 술과 축제와 연극의 신이다. 헤라의 질투로 어머니 세멜레를 잃은 바커스는 아버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났으나 테베에서 쫓겨나 방랑하다가 되돌아온다. 테베를 통치하고 있던 펜테우스는 바커스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방인으로 배척했으며 바커스를 추종하는 여신도들, 바카이를 음란한 무리로 규정하여 탄압한다. 바커스의 회유에도 펜테우스가 뜻을 꺾지 않자 잔인한 복수가 시작된다. 숲속에서 이루어지는 제의를 멈추고자 펜테우스는 여장을 하고 숲으로 잠입한다. 아가베는 아들 펜테우스를 짐승으로 오인해 갈가리 찢어 죽이고, 그의 머리를 들고 승리에 도취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펜테우스는 할아버지 카드모스의 충고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제물이 되고 만 것이다. 연극은 펜테우스에게서 강압적이고 무력적인 면을 발견하고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고자 하였다. 이성을 중시하고 합리성을 지지하며 제도와 규칙을 강제하다 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직관과 통찰력, 내밀함과 모호함, 환상적 도취와 충동 같은 것을 부정적으로만 이해하게 된다. 고통과 불안을 잠재우고, 적대감과 갈등을 해소하고, 인간이란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술과 축제와 연극은 필요한 것 같다. 테베의 시민들이 바커스를 신으로 인정하고 디오니소스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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