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이번주 이사회 열어 해임 수순…정명훈은 재계약 전망
서울시는 23일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직원 성희롱과 폭언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시향 직원들로부터 관련 내용을 접수하고 이달 초부터 사건을 조사해 온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이날 서울시장에게 박 대표를 징계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회복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시 인권보호관은 조사 결과 직원들의 투서 내용대로 박 대표가 지난해 2월 취임 후 지속적으로 사무실과 행사장에서 직원들을 성희롱하고, 폭언과 욕설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박 대표는 여성 직원들에게 "마담 하면 잘하겠다", "짧은 치마 입고 다리로라도 음반 팔아라", "네가 애교가 많아서 늙수그레한 노인네들한테 한 번 보내보려고" 등 발언을 했다.
남성 직원에게는 "너는 나비 넥타이 매고 예쁘게 입혀서 나이 많고 돈 많은 할머니들에게 보내겠다"고 말해 성적 수치심을 줬다.
박 대표는 '저능아', '병신' 등 욕설도 자주 해 직원들이 위축된 상태로 근무하게 했고 한 번 질책하기 시작하면 짧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4∼5시간씩 고성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윤상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직위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고, 저질 욕설로 언어폭력을 행사한 건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게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시 인권보호관이 이러한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사실상 박 대표에 대한 해임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조만간 서울시향 이사회에서 박 대표의 해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이사회는 오는 26일과 30일 두 차례 회의를 열 계획으로, 박 대표 해임 안건은 아직 상정되지 않았지만 곧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의결되지 않아도 시가 자체적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 박 대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1일 언론사 사회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박 대표가 그렇게 직원들을 꾸중해선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폭언 등이) 사실이라면 경영자로서 문제가 상당히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박 대표가 제기한 정명훈 예술감독의 개인 사정으로 인한 시향 공연 일정 변경 등에 대한 내용은 시 조사담당관에서 파악 중이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정 감독의 경우 계약 내용 미이행 등 내용을 보완해 재계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도 사회부장단 간담회에서 "정 감독에 대한 공격은 취임 직후부터 있었다"며 "하지만 정 감독처럼 서울시민이 사랑하는 지휘자가 문제가 좀 있다고 하기로서니 배제해버리면 그 대안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표는 "직원들이 낸 호소문 내용을 정명훈 예술감독이나 박원순 시장이 듣고 내게 아무 확인 절차도 없이 사실로 믿은 때가 이미 지난 10월이었다"며 "이번에 (결과가) 바뀌리라는 생각은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과 박 시장이 인권을 그렇게 중요시하는데 확인도 안 된 사실을 왜 그리 쉽게 믿고 (그런 이야기가) 언론에 유포되는 데는 아무 문제의식을 안 가지는지 모르겠다"며 "내 인권은 어디 있는지 꼭 묻고 싶다"고 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호소문 배포자를 찾아 달라고 경찰에 진정서를 낸 이유에 대해 "아무도 내게 묻지 않고 내 얘기는 아무도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제 경찰 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는 26일과 30일 예정된 서울시향 이사회에서 해임이 결정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 그걸 어떻게 하겠나"라고 답했다.
그는 의혹을 제기한 직원들이나 서울시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옳고 현명한 것인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다"면서도 명예훼손 고소나 행정소송 제기 등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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