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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자선의 선율... 음악 나누며 장애 보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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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자선의 선율... 음악 나누며 장애 보듬죠

입력
2014.1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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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중증장애인 학교·재활원 방문

온몸으로 반응한 청각장애아 못 잊어

11회 사랑의 바이러스 자선음악회 공연을 앞두고 있는 서희태(왼쪽), 고진영씨 부부가 지난달 말 서울의 스튜디오에서 공연 구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얼터이엔티 제공
11회 사랑의 바이러스 자선음악회 공연을 앞두고 있는 서희태(왼쪽), 고진영씨 부부가 지난달 말 서울의 스튜디오에서 공연 구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얼터이엔티 제공

“좁은 강당에 300여명이 빼곡히 앉아 관람합니다. 천장도 낮아 음악회를 하기엔 열악한 곳이죠. 하지만 벌써 11년이 됐습니다.”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놀마에’(놀이 한마당과 마에스트로를 합친 말)의 서희태(49) 지휘자는 2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멈출 수 없는 콘서트가 됐다”고 말했다.

서 지휘자는 부인인 고진영 소프라노와 함께 11년째 ‘사랑의 바이러스 자선음악회’를 이어가고 있다. 2004년 소아암 어린이 돕기 음악회를 시작으로 주로 중증장애 학교ㆍ보호시설인 주몽학교ㆍ재활원에서 자선음악회를 하고 있다. 주몽학교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를 배출한 곳이다.

“재능의 십일조를 드린다는 마음으로 1년에 한달 정도를 할애해 연주를 합니다.” 올해도 24일 오전 10시 같은 곳에서 자선음악회를 한다. 특히 이번에는 세계악기 연주자로 유명한 조현철씨가 다양한 악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1997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생활이 안정되자 부인과 함께 “주변을 돌아보자”며 2004년 무작정 자선음악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매회 50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수입이 적었던 해에는 “건너 뛰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공연을 미루더라도 자선 공연은 계속해야 한다”는 부인의 조언에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엔 공연장으로 어린이들을 초대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재활원생들이 쉽게 찾아오지 못하자 ‘찾아가는 음악회’로 바꿨다.

2007년 청각장애어린이 초청공연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듣지도 말할 수도 없지만 온 몸으로 느낄 수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청각장애아들을 초청했다. 문제는 타악기가 연주를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으…” “아…” “억…” 조용히 듣고 있던 청각장애아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팀파니 드럼 등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온몸을 울리자 흥에 겨운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연주 중이었고, 유료 관람객들도 많이 있어서 서 지휘자는 크게 당황했다. 연주가 끝나고 로비에 나가 일일이 관객들의 손을 잡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관객들은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콘서트였다. 다른 관객들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라며 오히려 박수를 보냈다.

최근 규모가 커지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각지에서 정성이 답지하면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한다. 올해는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인 드마리스에서 원생들에게 점심 뷔페를 제공했고, GS 자산운용과 모자 제조업체 루이엘르, EXR코리아 등에서는 기부금과 모자, 의류 등을 보내왔다.

각계의 재능 기부도 많다. 2012년 배우 오광록씨가 시 낭송을 했고, 피아니스트 이호정씨와 플루트 전공자인 아들 서현호씨도 숨은 공로자들이다.

서 지휘자는 사랑의 바이러스 콘서트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소망이다. 내년 2월에는 ‘모차르트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교육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30회, 40회 콘서트에서도 계속 지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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