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후 성추행 교수로 첫 구속기소
검찰 "강 교수 혐의 대체로 인정"
서울대서 직위해제… 곧 징계위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 윤중기)는 22일 제자와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석진(53)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강 교수에게 직접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6년에 걸쳐 9명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개교 이래 현직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 교수는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6년여간 인턴 여학생과 제자 등 9명을 11회에 걸쳐 몸을 더듬거나 껴안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턴을 제외한 피해자 8명은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이 중에는 강 교수가 지도교수로 있던 교내 힙합동아리 소속 여학생도 포함돼 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대가를 요구하거나, 피해자들이 추행을 거부했을 때 불이익을 준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보고 싶다거나 일대일 만남을 요구하는 등의 지속적인 문자메시지 등으로 괴롭힘을 당한 학생도 8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자체가 범죄는 아니지만 강 교수의 상습적 성추행 성향을 확인시켜주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강 교수가 모든 사건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혐의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구실에서 상담 받고 나가는 여학생을 뒤에서 껴안은 행위에 대해서는 “10년간 미국에서 교육한 탓에 단순 인사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더 확인되면 추가 수사를 벌여 공소장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강 교수가 서울에서 열렸던 국제학술대회 집행위원으로 행사를 준비하던 7월 28일 한강의 한 시민공원에서 인턴 A(24)씨의 가슴과 둔부를 만졌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추가 피해 사례가 속속 나왔고, 피해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 X’를 결성해 대학 측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검찰은 강 교수를 이달 3일 상습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했다. 피해자 X는 “강 교수가 오랫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며 “피해 신고가 들어온다면 조사를 돕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는 이날 검찰 기소가 이뤄진 직후 강 교수를 직위해제했다. 아울러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강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방침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인권센터에 조사결과와 징계 수위에 대한 의견을 가급적 빨리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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