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순풍을 타기보다는 역풍에 주의해야 할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진단이 그렇다. 세계 경제는 미국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일본, 중국의 부진이 맞물려 반등이 만만찮을 것으로 봤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 및 달러화 강세, 일본 엔저, 신흥국 자본유출 등이 뒤엉켜 글로벌 금융시장도 불안한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연 4.0%에서 3.8%로 0.2%포인트 하향조정 한 배경이다.
경기회복 모멘텀이 미약한 상황을 전제로 최경환 경제팀이 선택한 정책 포석은 구조개혁이다. 가능한 경제활성화 조치를 이어가되, 핵심 구조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장기 성장기반을 다지는데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얘기다. 중점 구조개혁 부문은 공공, 금융, 노동, 교육 등이다. 당사자들의 첨예한 이해갈등을 감안할 때, 박근혜 대통령 집권 중반 선거 없는 해에 구조개혁 과제를 정책 우선순위에 전진배치 한 건 적절하다.
관건은 구조개혁의 순항 여부다. 구조개혁의 적기를 놓치는 바람에 또 다시 좌초 위기에 봉착한 일본 ‘아베노믹스’의 현실을 보더라도, 구조개혁은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대표적 공공개혁 사안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국민대타협기구’에서 재론하는 걸로 밀린 상태이고, 금융개혁은 ‘서금회’ 논란 등 끊임없는 정실인사로 개혁 공감의 기반 자체가 크게 훼손됐다.
노동개혁 역시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정규직의 양보를 통한 일자리의 사회적 나눔을 확대하기 위해선 노사정의 이해와 공감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지만,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일처리로 ‘기본 원칙과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개혁 지체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진정성 결여와 국회의 정치력 부재에 있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부는 정책목표만 일방적으로 나열할 게 아니라, 그걸 실질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정치력과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년 우리 경제는 구조개혁 못지않게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그래서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한계기업 구조조정, 자본유출입 대응을 ‘리스크 관리 3종 세트’로 설정했지만 선언적 수준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비상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정책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 부동산 역시 잠재 불안요인이 큰 부문인 만큼, 억지 부양책을 고집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연착륙을 모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민간임대사업 육성 같은 시장 활성화 조치에 맞춰 전월세 서민의 주거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강구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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