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터넷 공격 행위 반대" 왕이 외교부장, 원론적 입장만
양측 '중국군 美기업 해킹' 앙금 中, 美요청 수락 여부는 불투명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을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한 미국이 대응을 위해 중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은 “인터넷 테러 행위에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반응만 내놓은 상태다. 일본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미 정부 고위 관료들은 최근 며칠간 중국측 당국자와 접촉해 북한 인터넷망을 외부세계에서 고립시키는 방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2일 전했다. 미 정부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북한의 해킹능력을 봉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은 국경을 넘어 나가는 북한의 모든 인터넷망이 중국을 경유하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전날 전화통화에서“(해킹 사태에 대해)중국의 관련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중국은 모든 형태의 인터넷 공격과 인터넷 테러 행위를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왕 부장은 또 그 어떤 국가나 개인이 다른 국가에 있는 시설을 이용해 제3국에 대해 인터넷 공격을 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협조 요청에 응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비난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협조할지는 불확실하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정적인 인상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 역시 인터넷과 관련한 양국의 긴장관계를 감안하면 중국이 미국의 요청을 수락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봤다. 두 나라는 올해 미 법무부가 해킹을 통한 미국 기업들의 기업 비밀 절취 등 혐의로 중국군 관계자 5명을 처음 정식 기소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니픽처스 해킹에 대해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모색하며 미국의 대처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응을 환영한다면서도 향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경우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현 시점에서 답하는 것은 자제하겠다”고 답했다. 소니 픽처스는 일본 전자업체 소니의 자회사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보복 선언에도 불구하고 사이버공간에서 미국의 응징이 단시간에 공개적으로 실시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오렌 팔코위츠 전 미 국가안전보장국(NSA) 분석관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해킹 공격은 준비 작업을 포함해 100여일이 필요하다”며 “일반인이 원하는 것처럼 손쉽게 보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고립된 인터넷망도 미국의 대응 보복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 신문은 북한의 영변 원자력 시설이 보복 목표로 제기되지만, 외부와 고립된 이 시설의 전산망을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또 북미간 해킹 전쟁이 벌어질 경우 전력ㆍ금융 전산망 등이 외부 세계에 노출된 미국의 피해가 훨씬 막심할 수 밖에 없는 점도 미국의 운신 폭을 좁게 하고 있다. 톰 켈러만 전 백악관 사이버안보 자문위원은 “북한 내부 컴퓨터망이나 라디오 방송망에 침투해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방안이 유력한 보복 공격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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