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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이라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일 뿐"

입력
2014.1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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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교감이 교실 변화 체험

원래 나쁜 학생은 없어

무상급식 논란은 무상보육 탓

박근혜정부 교육정책 점점 후퇴

'9시 등교' '교장·교감 수업 참여'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과정"이라며 "학부모들이 아이와 학교를 믿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9시 등교' '교장·교감 수업 참여'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과정"이라며 "학부모들이 아이와 학교를 믿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이재정 교육감은

7월 취임

9월 경기도 초중고교 오전 9시 등교, 상벌점제 폐지

11월 무상보육 예산 편성 거부

12월 교장 교감 수업 참여 요구

이재정(70) 경기도교육감은 요즘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9시 등교’ 전격 시행으로 한바탕 전국적인 바람몰이를 하더니 ‘교장ㆍ교감 수업 참여’라는 또 하나의 메가톤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 거부, 기간제 교사 감축을 통한 경기도 중등교원 정원 확보와 예산지원을 요구하는 등 정부를 압박했다. 논란의 강도로 따지면 상벌점제 폐지는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다.

이 교육감은 이 모든 게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과정”이라고 강변한다. 9시 등교는 세계 공통의 원칙이고 교장ㆍ교감의 수업 참여는 교사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누리과정은 정부 시책이므로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교원부족으로 기간제 교사를 쓸 수 밖에 없는 현실 또한 부당하다는 견해다.

교육감이 너무 정치적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특유의 미소로 일축했다. 원칙을 지키려는 것을 정치적으로 과잉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설사 정치적으로 해석되더라도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가겠다는 의지다.

이 교육감은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그 동안 우리 교육계를 짓눌러온 권위를 버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교의 주인은 교원이 아닌 학생이고, 교원은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고 창의성을 키워 미래의 동량이 되도록 이끌 코디네이터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말 사랑해줄 수 없는 학생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 부적응 학생들을 인재로 키워낸 용인 흥덕고 사례를 들었다. 그 만큼 확신에 차 있기 때문에 소신이 담긴 많은 정책을 짧은 기간에 쏟아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8일 경기도교육청 집무실에서 이 교육감을 만나 그의 거침 없는 속내를 들어봤다.

-관리자인 교장ㆍ교감을 수업에 투입한다고 밝혀 논란이 한창이다.

“학교가 변하고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누구나 말하고 있다. 교장ㆍ교감도 수업에 들어가 뭐가 문제인지 깨닫고 그런 문제로 씨름하는 교사의 어려움을 알아야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여느 교사처럼 교과수업을 전담하라는 게 아니라 1주일에 3~6시간 정도 인성교육이나 보충수업을 해달라는 것이다. 교원 자격증을 갖고 있는 교사라면 언제 어디서든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게 필요하다.”

-마치 지휘관을 분대 단위 전투에 내보내는 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장ㆍ교감은 지휘관이 아니라 일종의 코디네이터다. 감독ㆍ통제하는 게 교장의 역할이라는 생각은 권위주의 시대 이야기다. 협력자라고 보는 게 옳다. 교사가 열정을 갖고 교육을 바꿔나가고 효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장의 권한이고 직무다. 국민과 시대가 이런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학교가 울타리에 싸여 이를 외면하고 있다.”

-9시 등교 실시 때도 논란이 많았다.

“학생 97%가 9시 등교에 만족하고 있다. 학교에 컵라면이 없어져(아침을 거르는 학생이 줄었다는 뜻) 학생들의 건강에 좋고, 조는 학생도 사라져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다.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간 대화가 늘고, 어떤 집에서는 아침 산책도 한다고 한다. 일각에서 수업이 늦게 끝나 오히려 위험하다고 하는데 고작 15~30분 늦게 끝난다. 9시 등교 실시 전 학교에 가보니 얼굴을 펴고 등교하는 학생이 거의 없더라.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25개 교육장과 두 차례 회의하고, 원장ㆍ교장연합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다 만나 설명하고 설득했다. 혹자는 절차를 무시했다고 하는데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한다.”

-상벌점제 폐지도 파격이었다. 역시 현장지도의 어려움을 모르는 소리라는 반발을 샀다.

“교사는 벌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을 아끼고 격려하는 사람이다. 원래부터 나쁜 학생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예가 혁신학교로 유명한 용인 흥덕고(이 학교는 2010년부터 부적응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지리산 등반을 시작했고,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바뀌자 백두대간 종주 프로그램으로 확대했다)에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거둬가야 한다. 유치원부터 공부만 해온 학생을 (점수만을 위해) 교육하려니 힘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수의 아이를 포기해왔다. 왜 학생들이 카이스트나 서울대 가서 자살하는지 그런 걸 고민해야 한다. 대입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대학이 직업훈련소처럼 되면 우리나라는 정말 희망이 없다.”

-학생은 마지막 한 명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정작 내년 기간제 교사 1,830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기간제 교사를 쓰는 것은 원래 편법이다. 교원 정원을 제대로 확보해서 써야 옳다. 다른 지역은 교원이 많아 고민인데 경기는 3,800명 모자란다. 젊은 여성교사가 많다 보니 출산휴직 등으로 결원이 생길 때 채용한 기간제 교사가 전체 정원의 10%인 1만5,000명이 넘는다. 그분들이 좋은 역할을 해왔지만 기간제 교사를 통해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비정상 구조다. 내년에 1,000명이라도 정상화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교육부 장관을 만날 때마다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해촉된 기간제 교사들이 원할 경우 시간강사로 우선 채용할 계획이다. 반면 도교육청 입구에서 농성 중인 기간제 교사들은 기간제를 줄여 인건비를 아끼겠다는 도교육청의 방침이 난센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편성 때마다 경기도와 무상급식 규모를 놓고 줄다리기 하고 있다. 경남에선 무상급식을 중단한다고 하고, 울산은 선별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조용하다가 왜 또 무상급식이 논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누리과정 때문에 나온 것이다.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을 받는 초중등 학생에게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국가부담급식이라고 하는 게 맞다. 누리과정은 의무교육이 아니지만 초ㆍ중학교는 의무교육 대상이다. 선별적 복지를 한다면 누리과정도 선별적으로 해야 지 왜 소득구분 없이 모두에게 주나. 급식을 통해 아이들이 함께 밥 먹으면서 공동체 의식을 기른다면 그거야 말로 큰 교육이다. 학생들이 시간에 쫓겨 점심을 흡입하지 않고 선진국처럼 편안히 먹을 수 있도록 오히려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저렇게 나오는 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밖에 없다. 홍 지사에게 교육적 측면에서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혁신학교 지원액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제 자리 잡았다는 판단인가.

“혁신학교의 성패는 예산이 아니라 교사의 열정, 창의력에 달렸다. 그걸 발휘하도록 학교 환경이 바뀌어야 하고, 학생 참여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지원금은 입장료, 버스대여료, 현지 강사료 등 프로그램 비용이었다. 이제 예산보다는 교사들의 창의력과 열정으로 혁신학교를 만들어가자는 뜻을 반영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예산이 너무 부족하다. 당장 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이 현저히 줄었다. 어쩔 수 없이 예산을 조정 편성했다.”

- 지방자치에 비해 교육자치는 아직 역사가 짧다. 6개월 간 소회가 있다면.

“주민 직선 교육감 시대가 5년 정도 됐다. 이제 자리를 잡는 과정일 뿐 교육자치에 대한 명확한 개념도 정착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국가 주도형에서 주민 참여형 교육체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도 어려움이 있고 학교도 적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교육청 살림은 정부 교부금과 시도 전입금 두 가지 세입으로 꾸려가는데 경기도는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전국 평균인 680만원에도 못 미치는 560만원이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도 평가해 달라.

“과거보다 점점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논리 속에서 교육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역행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도 그렇다. 어렵게 여러 과정을 거쳐서 검인정 시대로 간 것인데 이걸 다시 정부 입맛에 따라 국정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매우 우려된다.”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 등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요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협의회가 더 커지고 제도화돼야 한다.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교육자치를 위해서도 협의회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17개 시도교육감이 단합된 의견을 표출, 행동으로 옮기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경기교육의 내년도 핵심 정책은 어떤 게 있나.

“혁신교육에 대한 확실한 진전을 보려고 한다. 교사 한 분이라도 혁신교육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혁신 교육에 대한 실험, 연구도 계속돼야 한다. 혁신교육이 경기교육의 틀이 되지 않겠냐는 희망을 갖고 있다.”

'9시 등교' '교장·교감 수업 참여'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과정"이라며 "학부모들이 아이와 학교를 믿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9시 등교' '교장·교감 수업 참여'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과정"이라며 "학부모들이 아이와 학교를 믿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진보 교육감이 다수인데 6개월간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17개 시도교육감이 진보, 보수를 떠나 합의로 가야 한다. 그래서 공통된 합의사항을 늘 준수해나가는 틀을 만들어 낸 건 공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교육계가 갖고 있는 개혁방향, 정책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국민들이 진보 교육감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교육, 변화다. 평가는 이르지만 이걸 충분히 담아내는 데는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일정이 상당히 빡빡하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마음을 항상 편안히 먹는다. 술, 담배는 안 한다. 운동하려고 교육복지센터 헬스클럽에 한 번 가봤는데 그게 끝이었다. 마음만은 열심히 운동하려고 애쓴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부와 교육청 다툼에 어린이, 학부모들이 불안해 한다.

“내년 경기도 누리과정 예산만 1조500억원이다. 정부 교부금이 8조원 가까이 되는데 그 건 학생, 학교 위해서 써야 하는 돈이다. 정부 시책사업이니 그 중 1조원을 떼서 누리과정에 넣으라고 하는데 그건 학생,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리과정은 국가가 담당해야 하고, 교부금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입장이다. 교육청은 교육을 담당하고 보육은 국가가 담당하라는 말이다.”

-학부모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 교육감이 와서 자꾸 흔들어댄다는 얘기도 있다.

“학부모의 열정을 존중하고 그 열정이 한국교육의 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열정을 당신 자식을 위해서만 쓰지 말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쓰고 고민해 나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 커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가능하면 아이와 학교를 믿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내년 1월부터 학부모와 본격적으로 만나면서 대화도 하고 설명도 할 것이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유명식기자 gija@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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