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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한일고, 뽑을 학생 자소서 첨삭까지 해 줬다

입력
2014.1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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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전형으로 가려낸 학생들

자기소개서·면접평가 합격 위해 입학상담실장이 직접 수정해 줘

공정성 훼손… 부정입학 해당될수도

비평준화 일반고인 충남 공주 한일고의 올해 입시에 지원한 일부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학교 관계자가 직접 첨삭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평준화 일반고인 충남 공주 한일고의 올해 입시에 지원한 일부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학교 관계자가 직접 첨삭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재원에 다녔다는 스펙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하면 0점 처리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커버해주기 어렵습니다. 이 내용은 지워버리고, 선생님이 커버해 줄 수 있는 부분만 써야 합니다.”

“자기소개서의 ‘조화로움’ 항목에선 운동, 예술활동, 여행 등을 평가합니다. 양적인 내용만 쓰지 말고 사람냄새 나도록 풀어내야 합니다.”

비평준화 일반고인 충남 공주 한일고의 올해 입시에 지원한 일부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학교 관계자가 직접 첨삭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객관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해야 할 학교 측이 사전에 학생들의 서류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입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주 한일고는 고교 입학 전형에서 활용할 수 없는 중학교 전교 석차와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반영했다는 의혹(본보 17일자 10면)이 제기된 학교다.

2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한일고의 지원학생 개별 상담 녹취록에는 이 학교 최모 입학상담실장(전 교감)이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직접 수정해주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실장은 한 학생이 작성한 서류를 보며 “(성적) 결과만 보여줬는데, 1학년 때 약점이 있던 과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과정을 드러내야 한다. 봉사활동에서 네가 느낀 점을 더 보여줘라. 향후 진로가 의사라면 독서 활동도 관련된 책을 내세우는 게 좋다”며 15분에 걸쳐 자기소개서 기재 항목인 학업 우수성, 봉사활동, 독서활동에 대해 세세하게 조언했다.

최 실장은 심지어 “면접은 5개 영역별로 2분 30초씩 이뤄지기 때문에 면접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항목 20여개를 미리 뽑아 정리해야 한다”며 면접 내용까지 안내했다.

올해 입시에서 한일고에 지원했던 한 학부모는 “실제 면접은 충남도교육청 입학담당관이 참여해 학교에서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입학 상담을 통해 사전 선별된 우수학생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전에 완벽한 자기소개서를 만들어주고, 면접 대비도 철저히 시키는 것”이라며 “첨삭을 받기 전엔 1페이지에 불과했던 분량이 이후 4페이지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입학원서 제출 전에 최 실장과 수 차례 상담을 하며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한일고는 5월 입학설명회를 시작으로 집단상담, 개별상담, 특별상담, 스탠딩 상담의 4차례 ‘비공식 전형’을 실시해 전교 석차와 경시대회 수상 실적 등으로 우수학생을 선별했다. 이렇게 선별된 학생들을 실제 전형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학교 관계자가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줬다는 주장이다.

한일고의 입학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성적(160점)과 면접평가(40점) 점수를 반영해 실시되는데, 지원 학생들의 학생부 성적이 대부분 비슷해 면접평가 항목인 자기소개서 평가 점수와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면접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관계자가 직접 자기 학교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한 것은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도 “이런 첨삭은 매우 부적절하며 부정 입학까지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일고 관계자는 “어떤 항목을 기재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일부 정보를 제공하긴 했지만 첨삭은 아니다”라며 “사설 학원에서 돈을 받고 하는 일을 학교에서 봉사 차원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충남교육청은 22일부터 한일고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해 입학 과정에서 불법ㆍ편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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