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명의 학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자주 모범사례로 거론하는 학교는 혁신학교인 용인 흥덕고다. 2010년 문을 연 이 학교는 개교 초기만 해도 ‘비선호 학교’로 분류돼 부적응 학생들이 다수 입학하는 편이었다. 교내 흡연 문제가 심각했고, 지각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이를 고민하던 이만주(49) 교무주임은 부적응 학생들과의 교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방과후 상담, 손 잡고 운동장 걷기로 시작한 학생들과의 교감 쌓기는 이후 광교산, 지리산 등의 등반으로 확대됐고 마침내 600㎞가 넘는 백두대간 종주로까지 이어졌다. 주말 산행에 매료된 학생들 중 일부는 이제 알프스 몽블랑 트래킹까지 다녀오고 있다.
이 학교는 벌점 대신 포인트제를 운영하고 있다. 흡연이나 싸움, 지각 등을 했을 경우 포인트를 부과 받고 이게 쌓이면 이 주임 등 교사, 학부모들과 백두대간 걷기에 나선다.
“학교는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 줬습니다. 그러니 너희들도 스스로 돌아보라고 했지요.”
이 주임은 학생들은 충분히 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일부 자퇴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다른 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교사들이 책임지기로 했다. 심각한 부적응 학생들이 있는 반은 공개수업을 하거나 보조교사가 들어가 도왔다.
이 주임은 “교사와 부모들이 함께 고생하면서 서로를 이해하자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졸업한 A군도 부적응 학생이었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마음의 문을 열더니 산악활동에 흥미를 느껴 한 대학 응급구조학과에 입학했다. 중학교까지 축구선수로 뛰다 운동을 그만두면서 꿈을 잃고 방황하던 B군 역시 마음을 다잡고 모 대학 아웃도어학과에 입학했다. 이 둘은 대입 면접 때 백두대간 등정 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만주 주임은 “함께 산행하면서 고생하다 보면 학생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면서 “어른들의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변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문제학생은 없다. 다만 부적응 학생만 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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