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 40% 겪는 물 부족 해법
염분ㆍ이물질 없애 생활ㆍ산업용수로
두산重은 매일 2200만명분 만들어
지속적인 대량 공급엔 고급기술 필요
“물이 얼마나 부족하면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 생각까지 했겠습니까.”
지난달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공장에서 해수담수화 사업을 소개하던 직원은 마실 수 있는 물을 얻기까지의 지난한 과정도 함께 설명했다. 바닷물에서 소금과 각종 부유물을 제거하면 담수가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담수를 대량으로 생산해 연중 공급하려면 막대한 투자비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물이 부족하지 않아 실감을 못할 수 있지만, 해외에는 물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은 생각 보다 엄청 넓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의 약 40%가 식수난과 농업ㆍ산업용수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지하수를 끌어와 물 부족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고갈 우려와 환경오염 때문에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97%가 바닷물이라는 점에서 해수담수화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혀왔으며, 그 절박한 필요성은 담수화 기술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됐다. 30년 동안 중동지역에 27개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공급해온 두산중공업은 하루에 2,200만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담수를 생산하면서 시장점유율 세계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방식에는 다단증발방식(MSFㆍMulti-Stage Flash)과 다단효용방식(MEDㆍMulti-Effect Distillation), 역삼투압방식(ROㆍReverse Osmosis) 등 3가지가 있다. 세부적인 과정은 다르지만 결국 증발과 응축, 여과 등의 과정을 거쳐 해수에서 염분을 포함한 용해물질을 모두 제거하고 순도 높은 음용수와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얻어낸다는 점은 일치한다.
MSF는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열 또는 보일러를 이용해 해수를 가열한 뒤 압력이 다른 여러 단(stage)을 통과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담수를 얻어낸다. 각각의 단은 막힌 벽으로 분리돼 독립적인 온도와 압력으로 운전되는데, 각 단 사이에는 물을 밖으로 흘려 보내고 들여보내는 구멍이 있다. 구멍을 통해 유입되는 뜨거운 바닷물은 단의 온도와 압력보다 약간 높은데, 이 차이 때문에 바닷물이 단의 온도와 압력에 이를 때까지 자연스럽게 증발이 일어난다. 증발된 수증기는 외부로 흘러나온 뒤 관 내부를 흐르는 차가운 해수를 접하면서 온도가 내려가고, 응축된 담수는 접시에 모여 저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이 방식은 대용량의 담수를 얻어낼 수 있으며 생활용수, 농업용수 생산에 적합한 방식이다. 바닷물을 가열할 수 있는 열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전소와 함께 건립되는 경우가 많다.
MED는 다수의 금속 튜브 안으로 가열된 해수를 통과시키고 튜브 표면에 해수를 분사해 내부에 흐르는 증기를 응축시켜 담수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금속관 외부의 해수는 뜨거워져 증기로 변하는데, 이 증기는 다음 단(effect)의 관 내부로 들어가서 응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금속관 외부가 진공상태에서 진행되므로 60~7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분무되는 해수가 쉽게 끓어오르게 된다. 낮은 온도에서 담수화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규모가 크지 않고 산업용수 생산에 적합하며 열효율이 높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RO는 역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바닷물에 인위적인 압력을 가한 뒤 수처리 여과막(Membrane)을 통과시켜 염분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여과막의 성능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수 내 불순물을 제거하는 전처리(Pretreatment System) 시설이 필요한데, 설치되는 지역마다 바닷물의 특성이 다르므로 설비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해수에 포함된 부유물과 콜로이드 성분, 미생물은 전처리 설비에서 대부분 제거된다. 전처리 과정을 거친 해수는 여과막에서 역삼투압 현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고압 펌프의 압력을 받게 된다. 여과막으로 흘러 들어온 해수는 순수한 물만 투과되고 소금이나 다른 이온 성분들은 통과하지 못하고 배출된다. 필터를 통해 나온 물은 그대로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RO방식의 담수플랜트는 중동을 포함해 미국 유럽 중국 인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중소형 규모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과 독도에 설치된 소규모 담수화 설비도 RO 방식이 적용돼 운영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물은 부족하지만 자금이 넘치는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담수화 시설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원천기술 확보와 풍부한 시공경험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창원=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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