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업계, 유통ㆍ품질 향상 기대
오는 28일부터 국산 돼지의 사육 도축 포장 판매에 이르는 모든 단계별 정보를 전산으로 관리하는 ‘돼지고기 이력제’가 전면 시행된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돼지고기가 어디에서 자랐고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안심하고 살 수 있고 농가는 수급조절이 수월해져 국내 양돈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양돈업계 따르면 국산 돼지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12자리 바코드에 담은 돼지고기 이력제 시행을 앞두고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불투명한 유통과정으로 품질과 위생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컸고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저렴한 수입산 제품까지 유입돼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양돈산업의 경쟁력을 회복 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2009년 ‘쇠고기 이력제’를 도입한 한우농가의 경우 국내산 점유율이 2007년 46.4%에서 지난해 50.2%로 상승하며 톡톡한 효과를 봤다.
업계가 가장 자신하는 부분은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해 제품의 출처를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력제가 실시되면 전국 모든 양돈 농장에 6자리 고유식별번호가 부여되는데, 한 농장의 돼지는 같은 번호를 부여 받는다. 여기에 도축 단계에서 추가로 생성된 6자리 번호를 합친 12자리 바코드는 이후 가공 및 판매 단계까지 주민번호처럼 따라다니며 흔적을 남긴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제품에 붙은 바코드를 읽어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등심을 삼겹살로 속이거나 미국산 냉동고기를 국산으로 속이던 관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가의 수급대응이 쉬워져 경영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력제를 통해 매달 돼지의 출생이나 폐사, 도축ㆍ판매 등으로 인한 이동 시 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만큼 전수관리가 가능해진다. 지금도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가 있긴 하지만, 샘플조사라는 한계 가 있었다. 특히 우수 형질을 가진 돼지를 생산하는 종돈장부터 이력을 관리함으로써 품질 향상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구제역 등 전염병 발생 시 이동경로 추적을 통해 효과적인 방역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시행 초 각 단계별 식별번호 표시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최소 수백만원의 비용이 드는 점은 농가의 부담이다. 한돈자조금위원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농가에 도움이 되겠지만 제도 안착을 위해 정부의 추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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