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도 훈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쌈짓돈을 꺼내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막상 기부를 하려면 어디에 해야 할지 망설이기 일쑤다. 국내 제1의 기부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차 2010년 대형비리로 홍역을 치른 만큼 기부단체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 그렇기에 즉흥적이 아닌 시간과 계획을 갖고 기부하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겨울이 와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연민의 정을 떨쳐버려야 하는 게 기부 선진화의 첫 걸음이다. 기부단체 선별을 위한 6가지 해법을 제시해본다.

● 기부 설계를 해라

기부를 결정했다면 우선 매달 정기적으로 할지, 필요에 따라 할지 설계를 해야 한다. 규모에 따라 단체 선정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적지만 1만원이라도 매달 기부를 한다면 선택의 폭은 넓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후원단체 선정이다. 온라인 시대답게 단체는 쉽게 접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나눔포털’과 네이버 ‘해피빈’이 대표적이다. 나눔포털에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부금 영수증(지정기부금단체)을 발급하는 단체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이트 역시 결산정보 등 단체 주요 정보를 얻기에는 부족하다. 기부 플랫폼 네이버 해피빈은 기부자와 단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 해당 단체 블로그로 들어가보면 사업소개나 재정현황 등 주요 내용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경우가 잦다. 결국 기부단체를 알아보려면 위의 사이트에서 단체 성격, 지정기부단체 여부 정도만 확인한 후 해당 기부단체 홈페이지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 기부 테마를 정하라

과거처럼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진부한 생각을 떨쳐야 한다. 기부는 불우 이웃만이 아닌 사회 전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그렇기에 꾸준한 기부를 이어가려면 우선 관심분야를 두는 편이 좋다. 기부 단체는 크게 아동, 여성, 장애, 인권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물론 규모가 큰 단체에선 이런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 주제에만 집중하는 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체 내에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단체는 아니다. 백화점 식 단체가 주력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사업금액을 살펴보면 된다. 북한아동을 돕는 대표적 단체의 경우 지난해 총 지출의 0.7%정도만 이 항목에 지원했다. 따라서 북한아동후원단체들의 사업규모나 내용을 비교하는 것이 낫다.

아동 후원단체의 경우 꽤 종류가 다양하다. 해외 어린이를 후원하는 대표적인 단체인 한국컴패션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태아ㆍ영아들의 생존과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메이크어위시(MAKE A WISH)는 백혈병, 뇌종양 등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강원도에 살며 선천선 근이영양증으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아이에게 후원금을 모아 서울 구경을 시켜주는 식이다.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 플랜, 굿피플 등은 북한을 포함 해외아동들의 교육, 의료, 권리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소외받는 여성을 돕고 싶다면 한국여성재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혼모, 결혼이주여성 등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홀트아동복지회 역시 미혼모들을 지원하는데 한 부모 가정이나 버림받은 아이들도 돕는다. 장애인 인식개선과 관련 법률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면 한국장애인재단을,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장애인의 의료비 지원과 문화생활을 지원하고 싶다면 승가원이 적절하다.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국제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위안부 생존자들의 정의 회복, 고문 중단, 무기거래 금지 등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 잡지 ‘빅이슈’는 노숙인들이 직접 잡지를 판매하고 판매금의 50%를 받는 방식으로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다. ‘밥퍼’로 유명한 다일복지재단은 노숙인과 노인 등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지원에 관심 있다면 함께 일하는 재단을 살펴 볼 수 있고 유기동물이나 동물 학대에 기부하고 싶다면 동물자유연대를 참고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 관심 있지만 국내단체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면 해외에 직접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의 돌고래 포경을 막는 세이브재팬돌핀스(SAVE JAPAN DOLPHINS) 등은 해외 단체이지만 신용카드로 기부금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할 수 있다.

● 정보 공개를 살펴라

후원하려는 대상을 복수로 정했다면 기부절차의 반은 마친 셈이다. 이젠 이 중 가장 믿음이 가는 단체를 골라야 한다. 기부자가 보기 쉽게 사업소개나 재무적 정보를 자세하게 표현해놨는지 여부를 투명성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단체라면 모두 홈페이지에 사업소개, 재무내용 등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부자 상당수가 회계지식이 얕다는 점을 이용, 복잡하게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단체는 일단 경계해야 한다. 아동과 장애인을 돕는 밀알복지재단의 경우는 투명한 정보 공개의 좋은 예다. 홈페이지 연간 보고서에서 수입과 지출에 대한 내역을 이용자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항목별로 원형 그래프로 나타냈다. 또한 월별 결산보고, 감사보고서, 이사회 회의록, 업무추진비 현황 등도 발생할 때마다 공지하고 있어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유명 A단체의 경우 연차 보고서 내 재정보고를 보여주지만 지출을 단순히 사업비, 운영비, 이월금 등으로 나눠 세부항목에 대해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아래 사진 참조)

홈페이지에 있는 이사회 회의록 역시 매번 열릴 때마다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고 월별 재정보고서나 감사 보고서도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다. 이런 단체에는 선뜻 기부하긴 어렵다.

● 재정운영 효율적인 단체 찾자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게 정보를 보여주는 단체를 선별했는데도 선택단체가 복수라면 남은 방법은 얼마나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다. 기부금, 정부 보조금, 사업수익 등으로 마련한 기금을 낭비 없이 쓰는지 직접 검증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월별ㆍ연간 재정운영보고서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연차보고서나 재정운영보고서는 보통 재단소개 내 투명경영 같은 게시판에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경우 기획재정부에 등록된 지정기부금단체는 수익사업의 지출을 제외한 지출액의 80%이상을 고유 목적사업에 써야 한다. 공시 정보가 잘 되어 있는 곳은 고유목적사업비와 일반 관리비를 구분해 보여줘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지출의 순수사업비의 상세 내역을 확인해 사업비 중에서도 행정비가 얼마나 쓰였는지 알아봐야 한다.

정보공개가 미흡한 단체의 경우 단순히 국세청 공시자료인 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 수지결산서 등만을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수지결산서 내에 있는 '고유목적사업비'와 '고유목적사업운영비' 에 쓰인 비용을 비교해 봐야 한다.

하지만 전체 지출 중 고유목적사업비가 90% 이상의 높은 비율이거나 꼭 좋다고 볼 수는 없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외국의 경우 순수사업비를 너무 많이 썼을 경우 오히려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행정비나 모금활동비에 인색했다고 해석한다"며 "일반 행정비의 일부를 사업비 안에 편입시켜 사업비 비율이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단순히 전체 지출액에서 고유목적사업비만 볼 것이 아니라 사업비 내부에 있는 세부항목도 뜯어 보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많이 하는 곳은 아닌지 봐야 한다. 가령, 해외사업에 든 비용 중에서도 해외사업국 운영지원에 든 비용이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 홍보 글보다 실제 사업내용을 잘 살펴 봐야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실제 기부금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둬야 나중에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예컨대, 1대1 결연을 맺어 해외아동을 후원하는 경우 아이의 실명, 사연을 사진과 함께 홍보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단체들은 주의해서 봐야 한다. 후원자들 대부분은 '1대1' 결연이라는 말이 실제 자신의 기부금이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되어 쓰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후원금 전액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은 사업 운영을 위한 행정비와 학교, 병원 건축 등 제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1대1 결연의 경우 후원금의 사용처를 질문하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대략 50% 이상이 학용품 구입이나 치료 비용 등으로 직접 후원 아동에 쓰이고, 나머지는 낙후된 시설 개선과 행정비 등 간접비용에 쓰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간접비용으로 나가는 것 없이 후원금 전액을 후원대상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사회복지관이나 보육원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소개받아 1대1 결연을 맺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후원대상이 효율적으로 후원금을 사용할 지에 대한 위험은 있지만 후원금이 온전히 후원자를 위해 사용된다는 장점이 있다.

● 소셜 기부도 하나의 방법

기부단체를 선별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면 모바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셜 기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셜기부는 앱이나 온라인을 통해 기부하고 SNS로 기부 내용을 공유해 타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빅워크처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1km를 걸을 때마다 1원씩 기부금을 적립할 수도 있고 기부톡처럼 전화통화만 해도 기부가 가능하다. 트리플래닛은 게임속에서 가상의 나무를 심으면 사막화가 이뤄지는 곳에 실제 나무를 심어주는 앱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하는 방법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 누구나 캠페인을 개설해 모금활동을 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점자책, 미아방지 스마트 밴드 등의 상품을 만드는 데 후원하고 후원 액수에 따라 소정의 상품을 받는다. 위제너레이션은 기부단체와 유명인사들이 결합해 모금 캠페인을 벌이는 방식이다. 캠페인에는 스타와의 저녁식사 이벤트같은 보상이 있어 참여자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소셜기부를 할 때에는 해당 캠페인을 어떤 과정으로 선별했는지 설명을 읽어보고 캠페인의 사업 후기 등을 상세하게 명시하는 곳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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