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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구성 쏠림 고칠 필요… 정권 두번 잡으면 장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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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구성 쏠림 고칠 필요… 정권 두번 잡으면 장악 가능

입력
2014.12.2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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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MB정부 측 임명한 재판관 정권 성향 거스르는 결정은 무리

내후년 김이수 재판관만 남아 보수·획일적 성향 더 공고해질 듯

재판관 자격 요건 완화가 우선

정당 해산 결정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통합진보당 서울 동작구 중앙당사 입구에서 21일 경찰이 경비근무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정당 해산 결정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통합진보당 서울 동작구 중앙당사 입구에서 21일 경찰이 경비근무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통합진보당 해산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용) 대 1(기각)이라는 압도적인 다수 의견으로 결정되면서 헌재의 편향적인 재판관 구성이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특히 정권에 따라 헌재의 성향이 크게 기울 수밖에 없는 재판관 지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보수든 진보든 특정 진영이 두 번 연속 정권을 잡으면 9명의 재판관 중 7명을 ‘자기 사람’으로 채울 수 있는 구조다. ‘누가 뽑아줬느냐’가 사실상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 헌재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뽑아 준 사람으로 결정도 예측

6년 임기의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대법원장이 3명, 여당이 1명, 야당이 1명, 여야 합의로 1명을 선출하게 돼 있다.

대통령이 뽑는 3명의 재판관에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을 더하면 9명 가운데 위헌을 선언할 수 있는 6명의 정족수가 채워지게 된다. 대법원장이 현 대통령과 같은 성향의 정부에서 지명됐다면 6명의 성향이 한 쪽으로 쏠린다. 여기에 여당 몫까지 합치면 7명이라는 절대 다수의 재판관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에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린 8명 중 6명이 보수 정권인 현 정부와 이전 이명박 정부 진영에서 임명했다. 여기에 여야 합의로 선출된 강일원 재판관,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정미 재판관이 해산이라는 다수의 편에 섰다. 옛 민주당이 선출한 김이수 재판관만이 기각 의견을 냈다.

보수 정권이 두 차례 연속 집권에 성공했고, 이런 체제에서 지명된 재판관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 구성 상 정권 성향과 반대되는 결정을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번에도 헌재가 (재판관 스스로가) 독자적인 판단을 했다기보다 정부 주장을 많이 받아들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더구나 앞으로‘보수 성향의 헌재 구성’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2017년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데, 이들의 후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야당 즉 진보의 몫은 김이수 재판관 혼자만 남게 된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재판관들이 대부분 보수 정부 시절에 임명된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헌재의 보수 획일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 선출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지만 이는 헌법으로 규정돼 있어 개헌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국민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법조인도 헌법 재판관 가능하게 해야

학계에서는 재판관 전원을 의회가 선출하도록 하고, 다수당의 선출 독점을 막기 위해 정족수를 3분의 2 이상으로 하고 있는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헌재를 통해 반영되고 수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판관 선출방식을 바꾸는 개헌에 앞서 당장은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법조인’으로 한정하고 있는 재판관의 자격 요건 완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격 요건의 변화는 헌법재판소법만 개정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으로 자격을 제한해, 사실상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사법시험 후신)에 합격한 사람만 요건을 충족한다. 헌재가 1988년 문을 연 이래 고위 법관 출신과 일부 검사 경력자들이 재판관 자리의 대부분을 채웠다. ‘김근태 고문 사건’ 등 시국사건의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던 변정수 초대 재판관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조승형 재판관 등 다른 이력을 가진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간혹 재야 법조인들이 있었지만, 송두환 전 재판관이 2013년 퇴임한 후 맥이 끊겼다.

반면 오스트리아와 독일 헌재의 재판관은 상당수가 헌법학 등 공법을 전공한 법학교수들이며, 일본 최고재판소 역시 ‘법률 소양이 있는 40살 이상’으로만 재판관의 자격 요건을 두고 있다.

치밀한 위법 사항을 다루는 대법관의 경우, 실정법에 정통한 법조인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헌법 가치의 문제를 다루는 헌법재판관을 법조인으로만 묶어두는 것은 헌재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지적이 많다. 이강국 전 헌재 소장은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 정도는 법관이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외에도 다양한 직역에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경우 법관 이외의 직업군에서도 재판관을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판사는 “60세 전후, 판사 출신의 남성 위주인 헌재의 재판관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치열한 토론을 벌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꼬집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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