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중대 기로 도리어 새로운 부활 계기 될 수도
일자리·복지 주력 부동층 잡아야
진보세력 간 주도권 싸움 땐 파국, 이념적 스펙트럼 넓혀 새판 짜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진보정치가 중대 기로에 섰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진보정당의 한 축을 이뤘던 통진당이 소멸됨으로써 진보정치 지형에 공백이 생긴 탓이다. 제도권에 진출한 진보정당은 5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의당이 유일하다. 때문에 진보정치 전반의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리어 통진당 해산을 계기로 진보정치가 부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 동안 통진당의 ‘종북 트라우마’에 발목이 잡혔던 진보진영 나아가 야권 전체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지적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헌재 결정은 진정한 의미의 진보적 민주정당이 나타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에 진보정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했다.
특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란 양당 기득권 구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진보정당들이 국민적 요구를 정확히 판단해 새 판을 짠다면 도리어 건강한 정치문화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사회에 진보라는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진보진영에서도 이번 판결이 진보정치 재편의 중요한 계기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양대 정당에 식상한 다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진보정치 운동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각종 여론조사 수치 상 40%에 이르는 부동층에게 생활에 밀접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대부분 전문가들은 진보정치가 강점인 일자리ㆍ복지로 부동층을 잡으라고 조언했다. 민노당 출신 박용진 전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진보정치 재편은 (세력간 통합보다) 일자리와 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책과 비전과 같은 내용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직ㆍ비정규직 갈등을 포함한 사회 양극화와 노인 빈곤 등 일자리와 복지 등 전통적인 진보 어젠다에 천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진보진영의 새 판 짜기 방식과 주도 세력이다. 당장은 정의당이 향후 재편의 구심점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지만, 부동층 흡수를 위해선 제3지대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든 다음 정의당을 포함한 다양한 세력들이 흡수되면서 이념적 스펙트럼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통합이나 새정치연합 전당대회를 전후로 분열이 가시화할 경우 일부 이탈세력이 제3지대 진보정당에 결합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가든 2008년 민노당의 분열과 2011년 통진당 창당, 2012년 분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쌓인 각 진보세력 간 감정의 골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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