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법에 따른 금지 규정 없어
등록제로 별도 심사도 못해
기존 통진당 주축 돼도 반려 불가
선관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한 1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강령으로는 재창당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금지조항이 협소하게 규정된 틈을 이용해 통진당은 실제 우회적인 재창당 가능성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헌재가 통진당을 해산한 효과는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통진당 법적 검토 등 거쳐 재창당 모색
정당법은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의 대체정당 설립을 금지하면서 기준으로 두 가지를 적시하고 있다. 해산 정당과 강령(기본정책)이 동일하거나 유사해서는 안되고(40조), 같은 명칭을 정당 명칭으로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41조) 했다. 이외에 정당법상 다른 금지규정은 없다.
또한 정당 설립은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다. 중앙당 조직과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갖춘 5개 이상의 시ㆍ도당 등 일정 요건만 갖추면 신청 1주일 이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설립을 허용하도록(15, 16조)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제출 서류의 형식만 체크할 뿐 정당 활동에 관한 내용을 별도로 심사하지도 않는다. 결국 통진당이라는 명칭을 바꾸고 강령을 수정하면 정당을 재창당 하는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실제 통진당 지도부는 여론추이를 살피고 법적 검토를 거친 뒤 재창당을 포함한 정치활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도 해산 결정 당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재창당이라고 하면 똑같은 정당을 만드는 것으로 들릴 수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게 하되 충분히 진보정당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연구해서 새로운 정치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장은 구성원들의 동요를 추스르고 조직의 바닥을 다지는데 주력하는 모양새지만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정부 고심 속 “법 취지에 따라 대응”
통진당의 재창당 가능성은 헌재 결정 이전부터 제기된 바다. 국민의 선택으로 정당의 문을 닫게 할 수는 있어도 국가기관의 결정으로는 도리어 역풍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1일 “통진당 해산 결정은 종기를 없애려다 되레 덧나게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사례이기는 하지만 해산된 정당이 실제 재창당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서독 아데나워 정권은 1951년 공산당의 과격한 구호와 강령을 문제 삼아 헌재에 해산심판을 청구했고 5년 후인 56년 공산당은 사라졌다. 하지만 12년 만인 68년 공산당은 재창당에 성공했다. 공산당의 기존 명칭인 ‘카페데’(KPD·Kommunistische Partei Deutschlands)의 단어 순서만 바꿔 ‘데카페’(DKP·Deutsche Kommunistische Partei)로 부활한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기존 통진당 세력이 주축이 돼서 정당 설립을 청구할 경우 해산 정당의 당원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반려할 수가 없다. 정당의 인적 구성에 대해 별도의 금지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통진당 당원 전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면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도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헌재가 실제로 정당을 해산한 전례가 없어 우리도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며 “만약 재창당에 해당하는 정당을 설립 신고할 경우 서류를 면밀히 들여다 보겠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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