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AG 탈락, 배운 점도 많아요”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살이 찌더라고요.”
남자 탁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 받은 정영식(22ㆍKDB대우증권)은 올해 큰 시련을 겪었다.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손꼽아 기다리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 조차 못한 것. 탁구 라켓을 잡은 뒤 늘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지만, 아시안게임에 앞서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는 어이없이 탈락하고 말았다. 부담감, 과도한 긴장감 때문이었다.
목표가 사라지자 방황이 시작됐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운동을 대충하기 시작했다. 몸무게도 6㎏ 가까이 불어 움직임이 둔해졌다. 결국 김택수 KDB대우증권 감독이 나섰다. 김 감독은 “탈락은 탈락이고, 탁구는 탁구다.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는 대신 시간이 생겼으니 더 연습하자”고 제자를 독려했다. 정영식이 원래 체중 68㎏으로 돌아오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1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제68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정영식이 2년 만에 남자 단식 1인자 자리를 되찾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연습 경기를 많이 한 김민석(KGC인삼공사)을 맞아 예상 밖의 일방적인 경기를 했다. 세트 스코어 4-0(11-7 11-7 11-4 11-2)의 완승. 경기 시간은 고작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영식은 “민석이의 컨디션이 나빴던 것 같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이긴 적은 그간 한 번도 없었다”며 “대표팀 탈락 이후 충격이 컸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다”고 웃었다. 이어 “종합선수권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만큼, 우승하면 상승세가 오래 간다. 지금까지 한 우승 중 오늘이 가장 기쁘다”며 “이제 올림픽이다. 내년부터 외국 선수를 이기기 위한 연습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정영식은 이번 대회 대진표를 받아 들고 ‘우승은 힘들겠다’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주세혁(삼성생명)을 8강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결승은 고사하고 준결승 진출도 장담할 수 없었다. 노련한 주세혁은 철옹성 같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매일 1시간의 연습이었다. 팀 내 수비형 선수에게 부탁해 포핸드 스매싱만 ‘죽어라’ 때렸다. 정영식은 “연습 때문에 세게 치는 요령도 생겼고 힘도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주세혁 선배도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여수=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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