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올해를 특징짓는 사자성어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지난 8~17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27.8%(201명)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록위마는 ‘사기’에 실린 고사성어로, 진시황본기에서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고한 데서 유래했다.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부리거나, 진실을 조작해 남을 속인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 십상시 국정 개입 의혹 등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리자 ‘지록위마의 판결’이라는 비판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교수(중국통상학과)는 “올해는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고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2위에는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의미의 ‘삭족적리(削足適履)’가 23.5%(170명)의 지지를 받아 선택됐다.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끼워 맞춘 공약이나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는데 시간은 많지 않고 할 일은 많다’는 뜻의 ‘지통재심(至痛在心)’이 20.3%(147명)로 3위에 올랐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교수들의 전공, 세대, 지역을 안배한 추천위원단이 사자성어 36개를 추천한 뒤 전국의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하는 방식으로 선정됐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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