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경제권 정상회의서 제안
중국이 내년에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메콩강을 끼고 있는 5개국에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무상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아를 향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20일 방콕에서 열린 제5차 메콩강경제권(GMSㆍThe Greater Mekong Subregion) 정상회의에서 GMS와의 경제 협력 틀을 새롭게 구축하고 싶다며 이렇게 제안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초시설 협력 심화 ▦산업협력 창조 ▦무역투자협력 금융지원 강화 ▦민생사회사업 추진 ▦지역 발전 개방 수준 제고 등의 5대 중점안도 건의했다. 중국이 내놓을 30억달러는 대부분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건설과 빈곤 퇴치 등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리 총리와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19일 방콕에서 총 연장 800여㎞에 달하는 고속철 건설 등을 골자로 한 ‘중국-태국 철도협력 양해각서’와 ‘중국-태국 농산물 무역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태국 동북부 국경 지대인 농카이와 남부 항구지역인 맙타풋을 잇는 철도가 중국의 기술과 장비로 건설되고, 중국은 대신 태국의 쌀을 사 주게 됐다. 이는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실크로드경제벨트와 21세기해상실크로드 등 육상·해상 신실크로드 사업) 구상의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리 총리는 “태국의 쌀과 중국의 고속철을 맞바꾸는 협력 사업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행보는 동남아시아를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 경쟁 와중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달 미얀마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때도 200억달러의 차관 제공을 제안한 바 있다. 더군다나 쿠데타 후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고립을 겪고 있는 태국 군부 정권으로서는 리 총리의 방문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리 총리는 프라윳 총리가 지난 5월 쿠데타로 집권한 뒤 태국을 방문한 주요국 정상으론 첫 인사다. 군부 정권으로서는 사실상 국제적 공인을 받은 것이라고 선전할 수 있다. 프라윳 총리의 쿠데타에 그 동안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은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제재를 가하며 민정 이양 등을 요구해 왔다.
한편 GMS 6개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515억 달러 규모의 지역투자기본계획(RIF)과 이행안도 승인했다. RIF는 오는 2020년까지 시행될 메콩강 일대 투자 계획 215개를 담고 있다. 중국 남부 칭장(靑藏)고원에서 발원한 메콩강은 중국 윈난(雲南)성을 지나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으로 이어지며 총 길이가 4,000㎞나 된다. 이 유역은 대부분이 아직 빈곤 지역이지만 지하자원 등이 풍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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