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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몽골 2500km… "조종사 꿈 자신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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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몽골 2500km… "조종사 꿈 자신 생겼죠"

입력
2014.12.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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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건축공학과 4학년 이동진씨 어려운 도전 통해 믿음 얻고자 횡단

승마 전문가 권재웅씨 등 함께 동행 강추위 속 낙마도 하며 50일간 이동

"다큐 영화 제작 중… 도전정신 전파"

올해 여름 50일만에 몽골을 횡단한 이동진씨가 말을 타고 몽골 도르노드 초원을 달리고 있다. 이동진씨 제공
올해 여름 50일만에 몽골을 횡단한 이동진씨가 말을 타고 몽골 도르노드 초원을 달리고 있다. 이동진씨 제공

항공기 조종사라는 꿈에 도전하기 위해 말을 타고 몽골 대륙을 누빈 청년이 있다. 주인공은 경희대 건축공학과 4학년 이동진(26)씨. 50일간 몽골 대륙 2,500㎞ 횡단을 마친 그는 19일 “승마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 앞서 자신감을 갖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횡단도전 동기를 설명했다.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내가 너무 작게 살려고 했다는 것을 느꼈다”는 이씨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주겠다며 자신의 횡단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고 있다.

이씨는 재수해서 들어간 현재의 학과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원래 가졌던 꿈은 조종사. 그러나 처음부터 다시 공부할 자신이 없었다. 이씨는 어려운 도전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고 싶었다. 그 도전이 몽골 횡단이었다.

이런 사연을 전해들은 승마 전문가 권재웅(36)씨가 흔쾌히 동행해주기로 했다. 권씨는 총 비용 2,500만원 중 모자란 2,000만원도 내주었다. 한 스포츠용품 업체는 텐트 침낭 간이테이블 등을 지원해줬다. 횡단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할 친구 세 명도 합세했다. 몽골 북동부 초이발산(Choibalsan)을 출발해 수도 울란바토르(Ulaan Bator)를 지나 최서부 얼기(Olgii)로 이어지는 대장정은 올해 8월 25일 그렇게 시작됐다.

이씨는 하루 평균 8시간 말을 타고 30~80㎞씩 이동하면서 유목민들을 만나고 문화를 배웠다. 낯선 유목민이 시도 때도 없이 텐트에 들어와 차를 줄 때까지 기다리는 바람에 황당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중에야 이동하며 살아가는 유목민의 특성상 생존을 위해 선의를 주고받는 필수절차라는 것을 깨닫고는 차를 내주고 얻어 마시는 일에 익숙해졌다.

횡단 도중 고비도 많았다. 말을 탄 지 29일째. 일어나 보니 말이 없었다. 말 없이는 횡단의 의미가 없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순간이었다. 이씨는 곧장 차를 타고 울란바토르로 500㎞ 거리를 되돌아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경찰로부터 도둑이 유목민 게르(Gerㆍ둥근 형태의 몽골 전통 집)에 말을 묶어놓고 달아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말 뒷다리에 이름을 새겨놓아 주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몽골의 급격한 날씨 변화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최종 목적지에 닿기 열흘 전. 아직 10월이었지만 밤 사이 온도는 영하 15도까지 곤두박질쳤고, 눈도 15㎝가량 내렸다.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양말을 세 겹이나 겹쳐 신은 위에 비닐까지 감쌌지만 신발이 얼고 발은 동상에 걸려 며칠을 고생해야 했다. 쥐들이 굴을 파 푸석푸석해진 땅을 밟은 말이 넘어져 낙마하는 바람에 목을 다친 적도 있다.

출발한 지 50일만에 이씨 일행은 마침내 얼기에 도착했다. 평소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 이씨는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횡단과정이 떠오르자 통곡했다. 그러자 조종사로서 뒤늦게 도전한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날아갔다. “만약 자기가 하고 싶은 꿈을 개척해 이룬다면 바로 그 때의 기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씨는 모험심, 열정, 패기를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나이가 20대라고 말한다. 그는 “어떤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달았다”며 “제 도전을 보고 많은 분들이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횡단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배급해줄 회사를 섭외하고 있다. 그는 내년 2월 졸업 후 미국의 한 비행학교에 들어가 조종사의 꿈을 이룰 계획이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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