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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한 아우 없다, 영화도 그럴까

입력
2014.12.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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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몰이 흥행 상위 점령

인지도 기반 효율적 수익 창출

창의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올해 개봉한 속편 영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올해 개봉한 속편 영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올 한해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다. 공통점은 또 하나 있다. 모두 속편 영화들이다. 흥행에 성공한 속편 영화는 이들 외에도 여럿 있다. 미국의 미디어 산업 분석 회사 렌트랙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흥행순위 10위 안에 든 영화 중 7편이 속편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와 ‘드래곤 길들이기 2’ ‘헝거 게임: 모킹제이’도 흥행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 고지 등정을 눈앞에 둔 ‘인터스텔라’와 ‘말레피센트’ ‘가디언즈 오브 갤러시’ 정도가 속편이 아니면서도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러시’가 속편을 기약하며 만들어진 영화이니 흥행 순위 10위 안에 든 영화 8편이 시리즈물인 셈이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

내년에도 할리우드의 속편 편애는 계속된다. ‘분노의 질주’ 7편이 개봉하고 ‘터미네이터’는 ‘제네시스’라는 부제목을 달고 극장가로 돌아온다. ‘007’ 시리즈 24편인 ‘스펙터’와 ‘테이큰3’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스타워즈’ 7편이 속편 군단을 형성하고 있다. 대형 속편이 쏟아지니 할리우드가 내년 사상 최고의 호경기를 맞을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할리우드 속편의 경제학을 최근 들여다봤다.

할리우드가 속편에 목을 매는 이유는 해외에 있다. 최근 할리우드 수입은 미국보다 해외 시장의 비중이 커졌다. 특히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영화 관객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매일 10개의 스크린이 새로 생길 정도로 영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전세계 흥행 1위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수입 75%를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였다. 중국에서만 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미국에서의 매출보다 많다. ‘사라진 시대’는 중국 스타를 대거 캐스팅해 중국에서 촬영까지 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해외 시장이 커지며 예전과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다. 전세계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텔레비전 광고를 하기도 어렵고 효과도 크지 않다. 결국 영화 인지도에 기대야 하는 데 속편만한 게 없다. 컴퓨터 그래픽(CG)의 발달도 무시할 수 없다. 전편보다 좀 더 화려하고 화끈한 화면을 연출할 수 있어 보여줄 것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CG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야 하다 보니 최근 속편은 대작으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시리즈물의 역사는 오래됐다. 주로 형사물이나 코미디 등 장르영화에서 속편이 종종 만들어졌다. 하지만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부2’가 속편으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받으며 속편에 대한 편견은 좀 바뀌었으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돈과 명예를 안겨준 ‘조스’시리즈가 대표적이다. 5편까지 만들어졌으나 흥행이나 완성도에서 1편을 넘지 못했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2000년대 들어 속편의 세상이 도래했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속편 시대를 열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3편인 이 영화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 아카데미영화상 11개 부문을 수상하며 역대 공동(‘벤허’) 최다 수상작이 됐다. ‘매트릭스’시리즈의 흥행과 높은 완성도도 속편 전성기에 힘을 보탰다. 8편까지 만들어진 ‘해리포터’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속편의 위력은 배우 수입에도 영향을 미쳤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2008년 ‘아이언맨’ 출연 당시 100만달러를 받았다. ‘아이언맨’시리즈가 히트상품이 되면서 2012년 ‘어벤져스’(그는 이 영화에서도 아이언맨으로 등장한다)에 출연했을 때 흥행수입 배분 등을 통해 5,000만달러를 벌었다.

잘 키운 시리즈물이 수익을 보장해주니 스튜디오들은 새로운 시리즈물 개발에 나설 수밖에. 그렇다고 모두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2012년 ‘존 카터’와 지난해 ‘론 레인저’는 월트 디즈니가 지속적인 속편 제작을 목표로 야심을 기해 만든 영화들이다. 흥행 수익이 기대 밖을 기록하며 훗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속편 전성시대 영화의 창의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불만도 영화팬들 사이에서 나온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들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몸값 폭등과 화려한 CG에 대한 강박은 속편의 제작비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속편 세상’이 할리우드에 드리운 그림자들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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