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극작가 윤조병씨 아들, 연기 꿈꿨지만 "재능이 없어"
무대 디자이너로 연출가로 전업, 자신만의 무대 만드는 감독 평가
서울 성북구 극단 하땅세 연습실에서 만난 연극 연출가 윤시중(46) 감독은 신인상 수상에 대해 “겸연쩍다. 이렇게 늦은 나이에 신인상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대 디자이너 활동을 하다 39세의 나이에 연극 연출가로 진로를 바꾼 윤 감독은 데뷔 6년 만에 ‘2014 히서 연극상’에서 신인상 격인 ‘기대되는 연극인상’ 수상자로 지명됐다. 윤 감독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해서 얻은 결과”라며 하땅세 극단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윤 감독은 ‘다작 감독’이다. 연극 연출가로 진로를 바꾼 2008년 이후 약 6년 동안 무려 30편의 작품을 연출하거나 무대연출을 했다. 미국 유학 시절 무대 디자인을 전공할 때도 6년 동안 정식 브로드웨이 작품만 36개를 무대 디자인했다. 6년 만에 국내외 상을 12개나 받았으니 부지런한 만큼 풍성하게 보답을 받은 셈이다.
윤 감독은 원로 극작가 윤조병씨의 아들이다. 극단 이름 ‘하땅세’도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펴보는 연극’이란 의미를 담아 아버지가 지어줬다. 하지만 무대 앞에서는 연극을 바라보는 관점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그늘이 컸던 탓에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반발심도 컸다. 극단 창단 작품도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간의 갈등을 다룬 ‘하땅세’였다. 얼마 전 아버지가 극단을 방문했는데, 윤 감독이 최근 진행중인 ‘겨울 외투’를 놓고 또 한번 견해가 맞섰다고 한다. 윤 감독은 “심각하게 대립할 때면 ‘예술가로서는 다시 만나지 말자’고 뒤돌아 서고는 또 자문을 구하곤 한다”며 “피는 어쩔 수 없다”며 웃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고교시절부터 연극배우를 꿈꿨고 대학도 서울예전 연기학과에 진학해 서울예술단 뮤지컬 정단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좀처럼 만족할 만한 연기성과를 내지 못했다. “확실히 연기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무대 디자인 분야로 눈을 돌렸죠.”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2005년 모 대학 전임교수 임용에 실패한 것이 무대감독에서 연출가로 전업하게 된 계기다. 이렇게 시작한 첫 작품이 동화 개구리왕자를 모티프로 한 멀티미디어극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개구리 왕자’였다. “처음엔 아내가 거리에 나가 ‘삐끼’를 하며 관객을 모으기도 했고, 휴가 나온 군인 3명을 억지로 앉혀 놓고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이 작품은 공연 5개월째부터 관객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국내외 많은 상을 받았다. 이후 ‘파우스트 1+2’가 아르헨티나 국제연극제에 초청됐고 후속작인 ‘붓 바람’ ‘타이투스 앤드로니쿠스’ 등도 호평을 받았다.
히서 연극상을 만든 구히서 선생은 그에 대해 “캐스팅이나 연기자의 성장을 끌어내는 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하지만 관객을 설득하고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는 힘이 강력하다”며 “경력에 비해 자신만의 무대 특성을 큼직하게 드러낼 주목되는 연출가”라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26일 서울 대학로 일석기념관에서 열린다.
글ㆍ사진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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