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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재결합, 교황이 중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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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재결합, 교황이 중매섰다

입력
2014.12.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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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양국 대표단 바티칸 초청 쿠바 억류 미국인 석방 물꼬 트고

오바마·카스트로에 서한 보내 설득

프란치스코 교황이 78번째 생일을 맞은 1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들이 준비한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바티칸=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78번째 생일을 맞은 1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들이 준비한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바티칸=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톨릭 교회의 역할에 감사 드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쿠바와 관계 정상화 내용을 담은 특별성명 발표 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화해를 끌어내려는 교황의 노력이 “관계 정상화에 큰 자극과 동력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78번째 생일에 쿠바와 관계정상화를 발표한 것도 감사의 뜻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오바마의 성명 발표 직후 교황청도 성명을 내고 미국과 쿠바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서 교황이 한 적극적인 역할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성명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0월 미국과 쿠바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미묘한 양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주선했다. 미국이 쿠바에 수년간 억류된 앨런 그로스의 석방을 위해 교황청이 나서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응답이었다. 교황은 이 만남으로 그로스 석방의 물꼬를 터 결국 양국 관계 정상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교황은 또 최근 몇 달 사이 오바마 대통령과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일부 수감자들의 상황을 포함해 인도주의적인 문제와 관련된 공동 관심사 해결도 촉구했다고 성명은 밝혔다. 카스트로에게는 미국인 그로스를 석방하라고 요청하고, 오바마에게는 수감된 쿠바인 석방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메 오르테가 쿠바 추기경 역시 쿠바 측 중재자로서 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가톨릭 최고위 성직자 오르테가 추기경은 쿠바 정부의 개혁을 공개 지지하고 정치범 석방 등 각종 정치 현안에도 적극 개입해왔다. 이처럼 가톨릭계가 양국 관계 복원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쿠바가 가톨릭 전통이 매우 강한 나라라는 점이 작용했다.

그로스 석방을 결단해 미국과 관계 정상화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라울 카스트로(83) 의장에도 눈길이 간다. 1959년 혁명을 주도한 뒤 오랫동안 쿠바를 이끌어온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의 동생인 그는 부의장 겸 국방장관을 지내다 형이 2006년 장 출혈로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자 임시로 정권을 물려받은 뒤 2008년 정식 취임했다.

라울 카스트로는 ‘독재자’‘혁명가’ 이미지가 강했던 형에 비해 다소 온건하고 실용적인 정책을 펼치는 지도자로 비쳐왔다. 정권을 잡은 뒤 자영업 허용, 경제특구 개발 등 개혁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 것이 그런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오바마 취임 직후인 2009년 초 “미국과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적도 있고, 지난해 말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추모식장에서 오바마와 첫 대면해 악수하면서 영어로 “오바마 대통령, 난 카스트로요”라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최근에는 서아프리카에 창궐한 에볼라 구호활동에 세계에서 가장 큰 지원 활동을 펼쳐 미국을 포함한 각국 언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날 직접 아바나 국제공항으로 가 미국에서 풀려난 쿠바인 수감자들을 맞아 포옹했다. 그 뒤 성명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존경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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