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영화사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소니 영화사)를 해킹한 집단이 이번에는 9·11 테러를 거론하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를 상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영화 상영을 겨냥한 테러 위협에 일부 시사회와 상영 계획이 취소됐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16일 스스로를 ‘평화의 수호자’(GOP)라고 지칭한 해킹 그룹이 파일 공유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2001년 9월 11일을 기억하라”며 “개봉일을 포함해 영화가 상영될 시간에 그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GOP는 또 “세계가 공포로 가득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GOP는 이 같은 선전포고와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소니 엔터테인먼트 CEO인 마이클 린튼의 이메일 수천 개에서 모은 데이터도 공개했다.
영화 인터뷰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인터뷰 기회를 잡은 미국 토크쇼 사회자와 연출자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김정은 암살 지령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영화 개봉 소식이 알려지고 소니 영화사가 해커의 공격으로 컴퓨터 시스템이 마비되고 미개봉 영화, 회사 기밀 등이 대량 유출됐다.
이날 테러 위협 소식이 알려지면서 뉴욕 랜드마크 선샤인 시네마는 18일로 예정된 뉴욕 시사회를 취소했다. 영화 상영관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미국 4위의 대형 영화관 체인인 카마이크 시네마스도 인터뷰의 상영 계획을 취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로써 25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일제히 개봉해 63개국에서 영화를 선보인다는 소니 영화사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개봉 강행을 시사했던 소니도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소니 임원들이 인터뷰의 상영 여부와 관련해 미국 내 영화관들과 협의했고, 영화관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영화는 다음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개봉하나 아시아에서는 개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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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킹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해킹 그룹의 협박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FBI는 성명에서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관계 당국과 계속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킹 공격의 배후에 북한이나 다른 국가가 있는 지에는 언급을 거부했다. 패트릭 코코런 전국극장주협회(NATO) 대변인이나 소니영화사 측도 테러 위협에 대해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전산망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소니 영화사와 그 자회사의 퇴직한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중부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퇴직 직원인 마이클 코로나와 크리스티나 매시스는 15일 회사에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이 법원에 제출했다. 원고들은 4만7,000여명의 사회보장번호(SSN), 집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 이메일 주소, 업무 평가 기록, 여권과 비자 스캔본, 퇴직 사유 등 민감한 개인정보와 고용정보가 공개됐다고 지적하고 회사가 전산망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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