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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유가 사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입력
2014.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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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석유가격이 심상찮은 하락세에 있다. 올해에만 약 40% 이상 하락해 배럴 당 5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30달러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40여년을 고유가 걱정 속에 살아온 우리나라가 저유가 폐해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 10% 하락으로 0.3%대의 성장촉진효과와 물가하락, 가계실질소득 증대가 예상된다. 총체적으로 연간 2,000억달러의 석유를 수입하는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은 틀림없다. 디플레 위험이 없다면 국내총생산(GDP)을 2~3%포인트 정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점점 약해진다. 수출제약, 엔화 약세, 디플레 우려 등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저유가는 가계복지에는 도움이 되나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부정적이다.

필자가 속한 국제에너지 전문가그룹에서는 오래 전부터 유가 70~80달러를 적정 균형가격으로 보아왔다. 기술진보와 시장여건을 동시에 고려하고, 확인매장량, 석유시장의 구조적 실패요인, 각국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의 비정상적 행동양태의 한계를 감안한 실질가격이다. 따라서 이보다 높으면 시장실패에 따른 거품으로 본다. 이런 논리는 현실에서 검증된다. 미국 셰일가스의 경제성은 대략 이 수준에서 확보된다.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대부분과 사회비용을 고려한 원자력발전의 경제성 확보도 마찬가지다. 결국 유가 80달러 수준은 ‘넘지 말아야 하는’ 금단의 영역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석유시장 구조변화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 단기 시장상황을 계량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미래상황으로 연장하고, 이를 ‘진리’로 믿는 학계의 관행 때문이다. 시장분석에서 기술적인 검토를 배제했고, 심지어 석유 등 화석연료의 가채(可採) 매장량이 저가격 시대에도 기술혁신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조차 외면했다. 국제적 상식으로 통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화석에너지시대 100년 연장 가능성 역시 우리 에너지 전략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영혼 없는’ 분석의 한계이자 에너지 지식시장의 쇄국(鎖國)현상이다.

이를 종합할 때 유가는 장기 지속가능한 정상수준(80달러 수준)에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기 급변상황의 가능성은 있지만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는 여건에서는 크게 바뀔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우리는 시장급변의 공포를 딛고 에너지비용 최소화를 위한 ‘화석연료시대 100년’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먼저 국내 석유ㆍ가스산업의 개혁이다. 이들은 자원고갈 공포에 따른 과잉투자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단일품목 수출 1위를 기록했던 정유산업은 전형적 불황산업이 됐다. 석유화학 분야는 중국수출 한계로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가스산업도 해외투자 실패로 고초를 겪고 있다. 이런 실패는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은 시장경제의 ‘망각’ 수준에 반비례 한다는 논리를 무시한 방만 경영의 결과다. 남북분단 상황에다 일본, 중국 등 인접국과의 에너지 네트워크가 없는 우리의 에너지자립은 결국 제품자립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준공공독점, 영역독점에 길들여져 환경변화 감지능력을 상실한 산업에 대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세제 개편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고, 국가에너지 전략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민생복지 위주의 저유가시대를 열 수 있다.

둘째 대체에너지 개발전략을 보급위주에서 장기 기술개발로 바꿔야 한다. 원자력 개혁도 마찬가지다. 셋째 해외자원개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단기 물량확보 전략에서 탈피해 국내 도입이 가능한 프로젝트만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축, 유통, 거래 등 물류인프라 확충과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민간기업의 자발적 해외투자 지원을 위한 관련 서비스산업이 확보돼야 한다. 넷째 에너지전략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50년 가까이 석유 대체는 에너지전략의 핵심이었고, 인적ㆍ물적 자원과 산업인프라도 여기에 집중돼 왔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국정과제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선진국으로의 완전 진입에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저유가 사태가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기련 아주대 명예교수ㆍ에너지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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