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토는 부재지주가 망친다. 작살내도 팔아 치우면 그만이다. 금융이 황무지로 변할 판이다. 문외한이 당국을 휘두르니 불모에 빚더미다. 버리는 건 정권이지만 일구는 건 농민 몫이다.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서 추가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판을 치는 마당에 금리를 되돌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ㆍDTI(총부채상환비율)를 비롯한 대출규제를 다시 조이는 것뿐이다. (…) 그런데 누구보다도 선제적으로 나서서 팔을 걷어 부쳐야 하는 금융당국은 계속 뒷짐만 지고 있다. (…) 그러니 금융당국이 금융 건전성은 뒷전에 제쳐둔 채 실세 부총리가 버티고 있는 기획재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 대신 요즘 금융당국이 과잉 의욕을 보이는 건 기술금융이다. (…) 기술력 있는 기업에 자금을 대주자는 취지 자체야 나무랄 데 없지만, 취지가 좋다고 모든 것이 다 용납되는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무리한 자원개발이 지금 이 정부에서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게 비근한 예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기술금융을 무턱대고 늘렸다가는 언젠가 반드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누구나 안다. 대한민국 엘리트들이 집결해 있는 금융당국만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기술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단 한 가지 이유 외엔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이라는 아주 얄궂은 무기를 들이대며 KB금융을 줄기차게 압박하는 금융당국의 행태에서도 오직 정치적인 셈법만 읽힌다. (…) 조그만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도 아니고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가 보험사를 인수하겠다는 건데 금융당국이 마냥 승인을 미루는 건 월권 행위에 가깝다. 그러는 사이 KB금융은 매일 꼬박꼬박 1억원이 넘는 지연이자를 물고 있고, LIG손보 임직원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외려 금융 리스크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 자신들이(혹은 윗선이) 밀었던 인사를 회장 선임에서 탈락시킨 데 대한 괘씸죄 적용이라는 게, 그래서 KB금융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게 단지 의혹만은 아닐 거라고 믿게 되는 이유다. 금융당국이 본업(금융감독)을 등한시하고 부업(정치적인 계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금융이 멀쩡할 리 없다.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는 게, 금융이 후진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단지 금융기관들 탓만은 아닐 테다. 지금 금융당국의 수준이 곧 한국 금융의 수준이다.”
-정치 셈법에만 골몰하는 금융당국(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이영태 경제부장) ☞ 전문 보기
“정권 출범 초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낙하산으로 금융계 요직에 내려올 때 반대 여론이 거셌던 것은 이제는 금융의 자율성을 지켜 괜찮은 산업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 ‘정윤회 문건’ 파동 속에 묻혔지만 최근 논란이 된 우리은행장 인선은 한국 금융의 희망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는 한 방이 되고 말았다. (…) 금융인들이 문제 삼는 것은 절차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은행장 후보 명단에 포함시키지도 않은 이광구 후보를 청와대에서 1순위로 지명하자 불과 며칠 전까지도 연임(連任) 의지를 불태웠던 원래 1순위 후보 이순우 현 행장은 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 전날 사퇴해버리고 말았다. (…) 문제는 우리은행장 인선이 이렇게 밀실에서 어물쩍 넘어가도 될 만큼 하찮은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환 위기 이후 우리은행엔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15년이 지나도록 우리은행은 민영화되지 못하고 있고, 그 사이 낙하산 인사와 인재 이탈 등으로 뒷걸음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 하지만 우리은행은 소수 지분만 팔았을 뿐 올해 말로 예정됐던 경영권을 넘기는 민영화엔 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은행장은 이 와중에 교체됐다. 당연히 교체 과정에서 후보들의 민영화에 대한 공과(功過)의 평가, 매각 시 전략과 적임 여부 등이 논의됐어야 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은행장 후보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들려온 것은 새로운 금융 권력의 등장과 청와대 고위층의 의중(意中)에 대한 소문뿐이었다. 올해 한국 금융은 후진적인 금융 사고와 권력에 줄을 대 요직을 차지하는 ‘정실 자본주의’의 진흙탕 속에서 길을 잃었다. (…)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진리는 한국 금융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금융을 대표 서비스업종으로 키우고, GDP의 10%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현 정부의 비전은 잘못된 인사 속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변신과 도약이라는, 금융업에 요구되는 시대적 소명은 금융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보는 원초적 이권 앞에서 한없이 무력할 뿐이다.”
-金融人(금융인)들의 절망(조선일보 ‘박종세의 경제포커스’ㆍ경제부장)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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