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업계 톱5에 오른 데는 기아차를 인수합병(M&A)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제 또 한 번 과감한 M&A를 해야 합니다. 특히 해외 고급 브랜드 인수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책 ‘자동차 제국’을 쓴 최중혁(32)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17일 현대ㆍ기아차에 대해 이 같이 조언했다. 그는 이 책에서 현대ㆍ기아차 등 전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 M&A 역사를 통해 흥망성쇠를 속속들이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도움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현대ㆍ기아차에 이 책이 글로벌 경쟁 상대를 파악하고 부품회사들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글로벌 업체를 연구하는데 지침서가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 책을 쓰기 위해 300권이 넘는 국내외 자동차 관련 책과 신문 기사, 논문 등을 섭렵했다. 책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초판(2,500부)이 나온 지 1주일 만에 2쇄 찍기가 결정됐다. 완성차 업계는 물론 부품 업계에서도 단체 주문이 이어지고,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강연 요청도 밀려들고 있다. 자동차부품회사 지엠비코리아 오항섭 상무는 “완성차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 업계도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우리 역시 M&A 대상을 찾고 있어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르노와 닛산의 합병 ▦폭스바겐의 포르쉐 인수를 가장 인상적이었던 자동차 업계 M&A 사례들로 꼽았다. 그는 “현대ㆍ기아차와 르노ㆍ닛산은 몸집 불리기를 통해 위기를 탈출한 사례”라며 “폭스바겐의 포르쉐 인수는 창업자 페르디난티 포르쉐 박사의 친손자(볼프강 포르쉐)와 외손자(페르드난티 피에히)가 치열한 지분전쟁을 펼치며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묘사됐던 가장 흥미진진한 싸움”이었다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자동차 애널리스트로 꼽힌다. 2009년에 이 분야에 첫 발을 내디딘 일천한 경력이지만 2012년, 2013년 잇따라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뽑히며 파란을 일으켰다.
현재 국내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약 60명 정도. 정보통신(IT), 전자에 이어 높은 시가총액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회사 당 1명밖에 없다. 최 연구원은 “현대차가 1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인수한 것은 효율적이지 못한 투자”라며 “그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크라이슬러를 사거나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ZF가 약 12조원에 인수한 미국 부품회사 TRW를 인수해 단박에 글로벌 부품업계의 강자가 될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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