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열 부지휘자가 이끌어
최고경영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미증유의 내홍을 겪고 있는 서울시향(SPO)이, 폭풍이 몰아친 가운데서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것을 마련해 서울시민에게 돌려주는 길을 선택했다. 2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갈라 콘서트 ‘SPO 데이’다. 이번 무대는 서울시향이 피아니스트 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등과 함께 6월 LG아트센터에서 실내악의 형태로 선보인 무대를 오케스트라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 중 ‘돈 주앙’이 무대의 처음을,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이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슈트라우스의 작품이 상당히 까다롭지만 준비는 충분히 했어요. 이미 11월에 그의 작품을 KBS교향악단과 함께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갈라 콘서트를 이끌 최수열(35) 서울시향 부지휘자는 슈트라우스의 까다로운 두 작품이 도리어 반갑다고 말한다. “저와 호흡이 가장 잘 맞는 곡이면서 갈라 콘서트의 축제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요.” 그는 서울시향이 두 곡의 연주를 통해 기량을 잘 드러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돈 주앙’은 연주로 구현하기 까다로워 주자들이 내심 꺼리는, 오디션 단골 곡이어서 이번 콘서트가 그 ‘악명’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에는 첼로의 양성원, 클라리넷의 채재일, 트럼펫의 알렉상드르 버티 등 1급 연주자들도 함께 하는데 그들은 서울시향과의 무대로 이전부터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상투적으로 서곡을 들려주는 대신 교향시를 두 곡이나 연주합니다. 그러니 갈라 콘서트치고는 상당히 내실이 있다고 봐야지요.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한 지 6개월 만에 이렇게 큰 무대에 서니 행운이에요.”
그는 최근의 서울시향 사태를 지근거리에서 보았다. “동요나 분노보다, 이제는 진정 시향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죠.” 이번 콘서트는 그 중 하나인 셈이다.
최수열은 오케스트라라는 고도의 전문가 집단 속에서 먼저 타인을 인정한다. “단원 없는 지휘지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단원들은 기본적으로 프로 연주자가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사람들이죠.” 그가 서울시향 단원들을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하는 이유다.
최수열은 서울시향 부지휘자로서 내년 4월 ‘아르스노바’에서 존 케이지 등의 현대음악을 들려주고 시민을 위한 야외 콘서트 등도 감당해야 한다. 11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현대음악 무대 이르캄(IRCAM)에 오르고 성남문화재단의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등을 맡아야 한다. 그는 “21세기가 원하는 지휘자는 지휘대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위치에서 조정해 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02)3700-6334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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