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겨울 추위가 매섭다. 절로 뜨끈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 한국관광공사가 12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한 ‘테마가 있는 한옥’을 소개한다. 관광공사가 친절성과 청결도 등을 심사해 인증한 전국의 339개 한옥 숙박 업체는 ‘한옥스테이’ 홈페이지(www.hanokstay.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댄 명당, 쌍산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마을 초입에 있는 쌍산재는 해주 오씨인 주인장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고, 고조부가 서당인 쌍산재를 지어 오늘에 이른 한옥이다. 보수와 증축을 거듭해 고택의 자취는 미미하지만, 약 1만6500㎡가 넘는 집터에 살림채 여러 동과 별채, 서당채 등 부속 건물에 대숲과 잔디밭까지 갖췄다. 모든 건물에 개별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갖춰 호젓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마주 보고, 오른쪽에 건너채가 있다. 울창한 대숲 사이로 난 돌길이며 처마가 멋들어진 별채, 아담한 정자인 호서정까지 대숲의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운치 있다.
동백나무에 둘러싸인 서당채와 저수지의 물안개도 겨울 쌍산재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모든 숙소는 평소 보일러를 가동하지만, 원할 경우 직접 아궁이에 불을 땔 수 있도록 준비해준다. 전화 061)782-5179, 홈페이지 www.ssangsanje.com
300년의 시간을 오감으로 느끼는 서산 계암고택
충남 서산 음양면 유계리 한다리마을은 경주 김씨 집성촌으로 조선시대 전형적인 부촌이었으나 현재는 계암고택과 정순왕후 생가만 남았다.
계암고택은 긴 돌담과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조화롭다. 솟을대문 안으로 넉넉한 마당이 나오고, 행랑채와 사랑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앞마당은 넓지 않아도 아이들의 놀이터로 손색이 없다. 안채의‘ㅁ’자형 마당에는 오래된 우물도 있다.
안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부엌이다. 한옥 체험을 위해 본래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흙 바닥에 황토를 깔고 고풍스런 식탁을 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식사를 하면 식당이고, 차를 마시면 카페다. 옛 정취에 실용성을 더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방에는 TV가 없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기 좋다. 전통 음식인 율병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고, 아침에는 안주인의 정성이 담긴 상차림도 맛볼 수 있다. 전화 041)688-1182, 홈페이지 www.gyeam.net
선조들의 심심한 일상, 청송한옥민예촌
한옥의 멋과 현대적인 시설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경북 청송 부동면 하의리 주왕산 입구에 자리한 청송한옥민예촌이다. 청송에 있는 고택을 모델로 지은 8동에 28개 방을 갖췄다.
대감댁은 파천면 덕천마을의 초전댁을 재현한 양반집이다. 솟을대문을 지나면 마당이 나오고, 사랑채 문을 통과하면 ‘ㅁ’자형 안마당이다. 안채 부엌에는 부뚜막과 가마솥 맷돌 소반 찬장 등을 옛 모습 그대로 전시해 한옥의 정취를 더한다.
영감댁은 ‘ㄱ’자형 건물로 안방과 사랑방, 자녀 방이 한 건물에 배치되었다. 대문채에는 창고로 쓰는 광이 붙어 있다. 디딜방아가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정승댁은 송소고택의 안채를 재현했다. 넓은 마당엔 잔디대신 흙을 그대로 두었다.
모든 집마다 생김이 다르고 개성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방 안에는 머릿장 반닫이 경상 등 고가구를 배치해 예스러운 멋을 풍긴다. 전화 054)870-6240(청송군 문화관광과)
온기가 담긴 옛집, 영월 조견당과 우구정가옥
강원 영월에는 가볼 만한 전통 한옥이 두 곳 있다. 주천면 조견당은 신구가 조화를 이룬 한옥이다. 안채는 1827년에 상량했고, 사랑채는 최근에 새롭게 단장했다. 안채 지붕 아래에는 해· 달· 별이 조형되어 있고, 동쪽 벽을 오방색 돌로 꾸며 음양오행의 정신을 담았다. 사랑채는 통 유리로 틔워 풍취가 뛰어나다. 방은 모두 9개로 안채는 장작불을 이용한 구들방이다. 다도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전화 033)372-7229, 홈페이지 www.jogyundang.com
남면의 우구정한옥은 100년 넘는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작을 때는 아궁이와 가마솥은 시골집처럼 푸근하다. 집 밖으로 배추밭과 느티나무가 있고, 밭 너머로는 평창강이 흐르는 고요한 시골 마을이다. 방은 안채· 건넌방·사랑방 등 3개다. 모두 장작으로 구들에 불을 땐다.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옛 한옥의 정서가 격식 없이 실려 있다. 전화 033)372-5704
연천으로 옮겨 앉은 황손의 집, 조선왕가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자리하고 있던 조선왕가 염근당이 경기 연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물 해체 도중 발견한 상량문에는 집을 지은 사람이 고종 황제의 손자 ‘이근’이며, ‘미나리처럼 혼탁한 물속에서도 추운 겨울을 이기고 자라는 기상을 생각하는 집’이라는 뜻의 ‘염근당’이라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연천으로 옮기면서 객실 내부에 현대식 화장실을 갖춘 125칸으로 규모를 키우면서도 조선시대 건축양식에 맞게 복원했다. 본채인 염근당과 행랑채인 사반정, 별채인 자은정으로 구성된다. 현대식 건물 1층에서 입·퇴실 절차와 식사 예약을 마치고 한옥으로 건너가 편안히 쉴 수 있다.
조선왕가에서는 왕가비 훈욕 테라피, 황토편백찜질, 약재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직접 발효한 여러 가지 효소차와 약선도 맛볼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운영한다. 전화 031)834-8383, 홈페이지 www.royalresidence.kr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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