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파키스탄 서북부 페샤와르의 학교에 난입해 무고한 학생 백 수십 명을 테러 대상으로 삼은 파키스탄 탈레반(TTP)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2007년 파키스탄 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결성한 TTP는 서구식 교육을 혐오하며 특히 여성이 교육을 받는 것은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올해 2월에는 탈레반에 의해 교사 3명이 키베르 파크툰크와주 한구 지역에서 귀갓길에 피살됐고 5월에도 공립학교 교사 2명이 피살됐다.
파키스탄 정부에 따르면 TTP는 2009년 이후 파키스탄 북부에서만 1,000곳 이상의 학교를 대상으로 각종 공격을 감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전의 학교 테러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참극이다.
TTP는 이번 공격과 관련해 학생들을 주된 공격 대상으로 삼았음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무함마드 코라사니 TTP 대변인은 “정부가 (탈레반 소탕 작전으로)대원들의 가족과 여자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우리도 군이 운영하는 학교를 선택했다”며 “우리는 그들이 고통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TTP의 소행은 지난 6월부터 계속된 파키스탄군의 탈레반 소탕 작전으로 이들의 근거지인 북와지리스탄에서 수세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희생자가 어린이나 여성과 같은 약자일 때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돼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경악스러운 행위라는 풀이도 나온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군이 소탕 작전에서 성과를 낼수록 TTP는 경계가 취약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아동과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창해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향해 2012년 총격을 가한 것도 이들이었다. 말랄라는 11살이던 2008년 영국 BBC 방송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살던 지역 여학생들의 등교를 막고 학교에 무단 침입해 수업을 방해하는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했다. 말랄라는 16일 성명을 내고 “페샤와르에서 일어난 무분별하고 냉혈한 테러 행위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밝혔다. 그녀는 “무고한 아이들이 있는 학교가 이처럼 끔찍한 곳이 돼서는 안 된다”며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행동들을 비난한다”고 말했다.
말랄라 외에도 전 세계는 이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소름끼치고 흉악하다”며 “테러범들은 학생과 교사를 목표로 삼음으로써 그들의 사악함을 다시 한 번 내보였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어떤 말로도 어린이를 학교에서 살해하는 이 파렴치한 행동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며 테러리즘과 싸우는 파키스탄 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프랑크 발터 슈탄마이어 독일 외무장관 역시 이날 성명에서 “어린이를 인질로 잡고 살해하는 것은 잔혹하고 비겁한 행위”라고 지적했고,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가장 순수한 아이들의 목숨을 학교에서 빼앗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잔혹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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