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설치 담당 60대 고층서 추락
119에 신고 안해 22분간 방치돼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또 공사 인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롯데건설 측은 119에 신고하는 대신 지정병원에만 연락, 사고 발생을 숨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12일 낮 12시 58분쯤 비계 해체작업공 김모(63)씨가 제2롯데월드 쇼핑몰동 콘서트홀 공사장에서 두개골이 깨지고 목뼈와 왼쪽 다리뼈가 탈골된 채 발견됐다. 김씨는 쇼핑몰동 8~12층에 공사 중인 콘서트홀의 비계 설치와 해체를 담당했으며, 비계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를 발견한 화재감시원은 회사에 보고했고, 사측은 7분 뒤인 오후 1시 5분쯤에야 지정병원인 서울병원에 연락해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차는 15분이 지난 뒤 현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22분간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현장에 방치된 셈이다. 서울병원 의료진은 김씨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병원이 아닌 서울아산병원으로 김씨를 이송했으나 도중 김씨는 숨졌다.
롯데 측이 119 대신 긴급 출동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설병원에 신고한 것을 두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과 함께 사고 사실을 감추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병원은 제2롯데월드 쇼핑몰에서 2.66㎞ 거리에 있는 반면 가장 가까운 소방서인 잠실 119안전센터는 1.3㎞ 거리다. 잠실 119안전센터 소속 소방차는 지난 9월 롯데그룹과 경찰ㆍ송파구청 등이 참여한 민관합동 종합방재훈련에서 불과 3분 6초 만에 현장에 도착하기도 했다.
제2롯데월드 공사장 인명 사고는 지난해 6월과 올해 4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롯데그룹은 4월에도 배관공사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소방서에 즉각 신고하지 않아 사망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사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은 없지만, 신고하지 않는다면 본부로서는 사상사고 등이 발생해도 전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보통 119와 지정병원에 함께 연락하는데 사고 당시 협력 업체 직원과 안전관리자들이 김씨에게 의식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경황이 없어 서울병원에만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추락한 것을 목격한 사람이 없지만 외상 등으로 미루어 일단 추락사로 추정하고 있다”며 “김씨가 추락한 이유, 작업 중 사고인지 여부, 발견 후 업체의 후속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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