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베네수엘라 등 산유국 휘청, 디폴트 현실화 땐 전 세계 위기 쓰나미
국제유가 급락에 산유국들이 초토화되는 와중에도, 그 동안 석유 소비국들은 쾌재를 불러왔다. 하지만 산유국들이 줄줄이 디폴트 위기에 내몰리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금융시장을 통해 빠르게 위기가 전염되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란 위기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LG경제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경제 향방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이슈로 국제유가를 꼽았다. 보고서는 “유가하락의 영향과 정책 효과에 따라 신흥국 내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나눠질 것”이라며 “자원수출국은 큰 타격이 예상되는 반면 일부 신흥국들은 고성장 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 통화가치 급락에 직면한 국가들의 경우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반면, 인도나 말레이시아 등 원자재 수입국은 저유가를 무기로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도 “유가 하락이 산유국 재정 악화와 저물가 국가의 디플레이션 우려 증가, 에너지 관련업체 피해 등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한편 원유 수입국 측면에서는 물가 하락과 구매력 증가 등 긍정적 영향도 동시에 미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모라토리엄이 현실화하는 등의 상황이 오면 금융시장을 통해 저유가 수혜국에도 위기가 번질 것이란 우려가 비등하다. 특히 나 홀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주는 상황까지 맞물릴 경우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은 가속화할 수 있다. 저유가는 일본,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을 뒤덮고 있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가중시키는 양상이다. 김가현 KB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소비가 진작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국제유가까지 하락하면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공포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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