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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윤회 문건'에 전부 속았다" 결론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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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윤회 문건'에 전부 속았다" 결론 가닥

입력
2014.12.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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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靑문건 진위 및 유출 경위 수사 마무리 단계

'문건 도난' '박관천·제3자 개입' 등 또다른 유출경로 없어

책임회피용 '거짓 유출경로' 청와대까지 확인없이 전달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윤회씨 동향보고'를 비롯한 청와대 문건들이 유출된 경로가 대부분 확인됐다. 검찰은 '유출경위서'가 작성된 배경도 윤곽을 잡았다.

'정윤회 문건' 유출에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이나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에 떠돈 시나리오는 책임을 피하려는 사건 당사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속은 결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문건 작성·유출의 배후로 지목한 '7인회'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문건유출 수사는 박 경정 등의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는 일만 남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박경정 반출→한경위 복사→최경위 유포" = 16일 검찰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들고 나온 라면박스 두 개 분량 문건들이 전부 동일한 경로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했다.

문제의 '정윤회 문건' 역시 박 경정이 지난 2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갖다놓은 문건을 한모(44) 경위가 복사하고 최모(45·사망) 경위가 언론사에 전달한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경정은 외부 유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이른바 '박지만 문건', '정윤회 문건' 등은 그 내용에 따라 복수의 경로로 유출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경정이 박 회장 관련해서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만 출력해서 들고 나갔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면서 문건들이 주제에 따라 다른 경로로 유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검찰은 한 경위의 휴대전화에서 결정적 물증을 확보해 한 경위와 박 경정의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경위가 숨겨놓은 휴대전화를 찾아내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복원했다. 범행을 부인하던 한 경위는 한화 대관업무 담당직원 진모씨와 청와대 문건에 대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들이대자 문건 유출과정을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정 반출→한경위 복사→최경위 유포'로 이어지는 유출과정이 물증과 진술로 자세히 드러나면서 박 경정 역시 진술을 번복하고 문건 반출을 시인했다.

박지만(56) EG 회장에게 전달된 이른바 100여장 분량의 '박지만 문건'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곁가지였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촉발한 '정윤회 문건'의 전달경로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었다.

'박지만 문건'의 전달경로는 박 경정 직속상관이던 조 전 비서관의 언론인터뷰와 세계일보 보도로 거의 확인됐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은 정씨 측근그룹에 치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박 경정이 유포에 직접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문건 전달경로가 하나인 것으로 잠정 결론나면서 이번 수사의 큰 축인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이 상당 부분 규명됐다. 검찰은 '유포' 혐의를 벗은 박 경정의 사법처리를 위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이다.

◇'유출경위서' 어떻게 작성됐나 = 전날 국회에서 공개된 '유출경위서'는 문건을 시중에 유포한 최 경위와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박 경정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이 경위서는 박 경정이 나름대로 파악한 진상을 직접 적었거나 그에게 보고를 받은 조 전 비서관 또는 내용을 전달받은 오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5∼6월 민정에 올라간 문건에는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돼 있다"고 했다. 이 문건은 자신이 작성에 관여했고 전날 일부가 공개된 유출경위서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경위서에 등장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 대검 범죄정보과 수사관 등이 연루된 단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은 최 경위가 꾸며낸 가상의 유출경로를 박 경정을 통해 전달받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청와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에게 속았다기보다는 잘못된 보고가 청와대까지 여과 없이 들어간 셈이다.

박 경정은 자신이 청와대에서 반출한 문건들이 시중에 돌아다니자 경위 파악에 나섰다. 최 경위가 다른 경찰관과 검찰 수사관을 끌어들여 만든 가상의 전달경로는 문건 유출에 대한 두 사람의 혐의를 벗겨주는 내용이었다. 박 경정은 세계일보 기자에게 이런 전달경로를 듣고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경정이 반출의 책임마저 피하려한 정황은 유출경위서에 드러난다.

경위서에서 세계일보의 2차 문건입수를 설명하는 대목에는 "연속보도 후, 자료유출자로 박관천 경정이 세간의 지목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누명을 쓰고 있구나'라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중"이라고 적혀있다.

박 경정은 지난 4월 초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세계일보 보도가 나오자 자신이 의심받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사실상 내용 전부를 채워넣은 보고서에 세계일보 기자의 입장을 빌어 스스로 '누명'을 썼다고 적시하고 사태를 무마하려 한 셈이다.

검찰이 청와대 특별감찰 결과인 '7인회'의 실체가 없다고 보는 것도 유출경위서가 이런 허구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진작부터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해온 청와대는 박 경정의 직속상관이던 조 전 비서관이 엉뚱한 내용의 경위서를 보내오자 조 전 비서관을 중심으로 한 측근들이 '조작'했다는 심증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주장대로 조작이 있긴 있었지만 주체는 '7인회'가 아니라 최 경위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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