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발생한 인질 사건이 상황 발생 17시간 만인 16일 오전 유혈 사태로 막을 내렸다. 이슬람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 추종자로 여겨지는 인질범을 포함해 카페 손님이었던 여성 변호사와 카페의 남성 매니저 3명이 숨지고 경찰관 1명이 얼굴에 총상을 입는 등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건을 담당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경찰은 16일 오전 작전 종료를 공식 선언하며 상황 종료를 알렸다.
사건은 16일 오전 2시10분께 중무장한 경찰이 인질극이 발생한 린트 초콜릿 카페를 급습하면서 마무리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큰 폭발음과 함께 인질로 여겨지는 6명이 카페를 뛰쳐나왔고 이들이 탈출한지 5분 가량이 지나 경찰이 수류탄을 투철하고 총을 쏘며 카페에 진입했다. 앤드리 사이피온 뉴사우스웨일스 주 경찰국장은 “인질 구출 작전과정에서 50세 남성 인질범과 인질이었던 34세 남성, 38세 여성이 사망했다”고 작전 종료 뒤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숨진 인질이 인질범에 의해 숨졌는지 경찰과 인질범의 교전 중 오간 총탄에 의해 사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카페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범인의 주장과 달리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단독범행에 의한 인질극이라고 결론지었다.
경찰의 공식 발표는 없었으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질범은 이란 난민 출신인 만 하론 모니스다. 1996년 호주로 건너온 그는 ‘셰이크’(이슬람 사회 지도자)를 자칭하며 시드니 남서부에 거주해온 소수파 이슬람주의자로 알려졌다. 그는 전처 살해 모모 등의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으며 지난 4월 ‘영적 치료사’를 빙자해 여성 7명을 성폭행한 혐의가 있다. 이와 관련 그는 내년 2월 법정 출두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니스는 2009년 아프가니스탄과 인도네시아 복무 중 사망한 호주 군인의 유족에게 전사자를 히틀러의 군대에 빗댄 편지를 보내 호주 당국에 의해 요주의 인물로 일찌감치 지목됐다. 모니스는 편지 발송 때문에 지난주 호주 대법원에서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 받았다. 이란 출신의 모니스는 다수 이란인처럼 시아파였으나 약 한 달 전 수니파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지 경찰과 언론은 범인이 이슬람 과격단체와 직접 연계돼 있지 않으면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에 동조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이른바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범인은 인질극 시작 1시간 뒤 카페 유리창에 이슬람교 신앙 고백문(샤하다)이 새겨진 검은 천을 인질을 시켜 내걸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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