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공립어린이집聯 행사 계획했다
원장들 "부적절" 비판 일자 급히 취소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가 1억원대의 비용을 들여 송년회를 열기로 했다가 행사 이틀 전에 전격 취소했다. 최근 가정어린이집연합회가 보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집단 휴가에 돌입하는 등 열악한 보육 환경을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 파티’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15일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원장들의 말을 종합하면, 연합회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 연회장에서 ‘보육인의 밤’ 송년회를 열기로 했다. 당초 책정된 참가비는 12만원으로, 서울의 국공립어린이집이 80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총 1억원 남짓한 돈을 행사 비용으로 들어가게 된다. 참가비는 원장들의 사비가 아닌 어린이집 운영비에서 충당돼 결국 세금으로 송년회가 치러지는 셈이다. 게다가 연합회 측은 원장들에게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참석을 하지 않더라도 참가비 12만원은 꼭 내라”고 공지해 반발을 샀다.
서울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은 “송년회는 연합회 주최로 10년 넘게 호텔 연회장에서 치러진 관행”이라면서도 “국공립어린이집은 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 검소하게 모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년째 동결된 보육료가 내년 고작 3% 오른데다 누리과정(만3~5세) 예산편성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러웠던 마당에 송년회에 강제적으로 참석해야 하는데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원장과 교사의 인건비를 정부로부터 80%가량 지원 받지만 민간ㆍ가정어린이집은 아동 수에 따른 보육료만 지원받는다. 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은 “각 구별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따라 하고, 관련 인터뷰를 잘한 사람에게 ‘참보육인상’을 준다는 황당한 코너도 있다”며 “보육의 질을 개선할 강의를 듣거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면서 보내는 것이 오히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불만에도 원장들이 공개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히지 못했던 것은 연합회가 전국보육인대회 등 각종 상의 수상자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원장은 “아무래도 대통령상, 장관상 등을 받으면 5년마다 재평가받을 때 가산점을 받기 때문에 (국공립으로) 살아남으려면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이남주 연합회장은 “호텔을 행사장으로 택한 것은 한꺼번에 700~800명을 수용할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며 “(미참가자들에게도 참가비를 내라고 한 건) 1년에 한번 모이는 자리의 참석률을 고려한 조치로 회비 납부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송년회는 자선 행사와 농산물 직거래 행사 등 좋은 취지로 마련된 프로그램도 많다”며 “각종 수상자도 교수 등 외부 인사들의 객관적인 심사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가 행사에 대한 취재에 들어가자 연합회 관계자는 “송년행사를 취소하겠다”고 알려왔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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