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잇단 규제 혁파… 노키아 빈자리에 1등 모바일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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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잇단 규제 혁파… 노키아 빈자리에 1등 모바일 게임

입력
2014.1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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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모바일 게임 社 슈퍼셀 게임 3개로 작년 매출 1조원 육박

핀란드, 노키아 MS에 매각 후 불황 정부가 벤처 생태계 조성 앞장 결실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슈퍼셀 본사는 직원들이 가족처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신발을 벗은 채 근무하고 식음료를 공짜로 제공하는 카페와 휴게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슈퍼셀이 개발한 인기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전세계에서 정보기술(IT) 강국으로 꼽힌 한국의 위상이 정부의 규제에 발목이 잡히며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게임셧다운제 등 전세계의 유례 없는 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움츠리고 있는 사이 미국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이 빠르게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동영상, 게임 등은 해외 기업에 1위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다.

더 큰 문제는 IT생태계의 붕괴다. 수 많은 업체들이 그물처럼 얽힌 IT생태계에서 대형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개발자, 협력업체, 유통업체들이 그물코가 풀리듯 잇따라 위기를 맞게 된다. 특히 IT업계에서는 올 한해 IT생태계 붕괴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중국, 미국업체들이 잇따라 국내 개발업체들을 인수하면서 수 많은 개발자 및 관련 기술이 통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 3회에 걸쳐 IT코리아의 위기를 짚어 본다. 우선 세계 1위 휴대폰업체 노키아가 무너지면서 비슷한 위기를 겪은 핀란드를 찾아 모바일 게임으로 다시 일어서게 된 속사정을 들어 봤다.

“신발을 벗어주세요.”

최근 핀란드 헬싱키의 벤처기업을 찾았던 스웨덴 국왕 부부는 이런 요구를 받고 잠깐 당황했다. 우리나라처럼 집 안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습관을 기업 문화에도 적용한 이 업체는 직원들이 모두 신발을 벗은 채 일한다. 회사 입구에 들어서면 아예 외투와 벗어놓은 신발을 보관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 결국 국왕 부부도 맨 발로 회사를 돌아 다녔다.

이 기업이 요즘 전세계가 주목하는 슈퍼셀이다. 슈퍼셀은 지난해 스마트폰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과 ‘헤이데이’‘배틀 버디스’ 등을 내놓아 이 중 ‘클래시 오브 클랜’과 ‘헤이데이’가 스마트폰 게임 세계 1위에 연거푸 오르며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임업체가 됐다.

특히 ‘클래시 오브 클랜’은 애플 앱스토어 1위 및 전세계 40개국의 스마트폰 응용소프트웨어(앱)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지난해 이 업체는 단 3개의 게임 아이템 판매로 1조원에 육박하는 8억9,2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매출의 절반이 넘는 4억6,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이런 성장성을 보고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말 15억달러(약 1조6,500억원)를 들여 이 업체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그렇다고 회사 규모가 크지도 않다. 헬싱키 본사를 포함해 서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본 도쿄에 근무하는 전세계 직원을 모두 합쳐도 155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직원 1인당 635억원이 넘는 돈을 번 셈이다. 인원이 적은 만큼 가족 같은 편한 분위기 속에서 똘똘 뭉치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자리도 마찬가지다. 창업자인 일카 파나넨 대표의 자리는 개발자들 틈에 섞여 있어서 처음 방문한 사람은 알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스스로 “잘 하는 것에 집중해 천천히 진행하는 슬로 기업”이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완성도에 집중하고, 성과를 위해 재촉하지 않는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아이폰 앱이 나오고 1년 6개월 뒤에야 안드로이드 앱이 나왔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어 앱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중국에서 만든 불법 복제 중국어판 ‘캐슬 클래시’이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5위에 올랐지만 이들은 대응하지 않는다. ‘짝퉁’이 따라올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앱을 내놓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성공은 사실 핀란드 정부의 적극적인 IT 산업 육성책이 없었다면 실현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핀란드는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였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바람에 밀려 1위 자리를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된 뒤 경제성장률이 2012년과 지난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과거 노키아가 조성한 헬싱키의 대규모 연구단지는 아직도 텅 비어있다. 슈퍼셀이 6층의 절반을 빌려 입주한 연구동 건물도 4개 층은 아직도 입주 기업이 없어 불이 꺼져 있다.

핀란드 정부는 이 같은 경제불황 타개를 위해 벤처 생태계 조성이란 카드를 꺼냈다. 특히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생태계 조성에 앞장섰다.

우선 창의적 아이디어가 쏟아지도록 각종 규제를 없앴다. 특히 해외 투자자 확보를 위해 지난해 법인세를 유럽연합(EU) 내 최저인 20%로 낮췄고, 조세 감면이나 지원금까지 제공한다. 게임셧다운제 등 각종 규제로 옭아매는 국내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헬싱키 공대가 주축이 돼서 창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사우나’, 정부 주도의 세계 최대 창업 컨퍼런스인 ‘슬러시’행사 등을 잇따라 마련해 슈퍼셀을 비롯 로비오 등 성공한 기업들이 후배 기업들을 이끌도록 하고 있다. 사실 슈퍼셀도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스타트업 사우나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 사우나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6주에 걸쳐 투자 전문가들의 상담을 거쳐 사업을 구체화 한다. 이런 적극적 장려책 덕분에 현재 핀란드 전체 창업기업 중 모바일 게임업체가 40%에 이른다. 핀란드 정부의 규제 철폐로 창업이 잇따르며 노키아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피나넨 대표는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오려면 실패해도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정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싱키=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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