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문건입수 경위·사후처리 포함 조응천과 어떤 논의했는지도 조사
정윤회와 갈등 상황 구체 진술, 박 대통령에 부담… 한계 예상도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6) EG회장을 15일 소환 조사함으로써 ‘정윤회 문건’을 포함한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마지막 의혹 규명에 나섰다. 검찰은 문건의 유출 경로에서 밝혀지지 않은 핵심 연결고리를 박 회장에 대한 조사로 채우는 한편 언론이 제기한 ‘박지만 미행설’ 관련 의혹도 함께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검찰은 청와대가 문건 유출의 배후로 지목한 ‘7인 모임’의 실체와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거져 왔던 정윤회씨와의 ‘권력 암투설’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데 있어서는 ‘수사 본류와 무관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만 해도 박 회장을 직접 조사할 필요성이 낮다고 봤다. ‘정윤회 문건’ 파문이 박 회장과 정윤회씨 간 막후 권력투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과 의혹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문건 작성과 유출 어디에도 박 회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각종 설만으로 현직 대통령의 동생을 부르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정윤회 문건 외 100여쪽에 이르는 다량의 청와대의 문건이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고, 그 유통 경로에 박 회장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5월 12일 박 회장에게 100여쪽에 달하는 박 회장 동향과 관련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건네주었다고 밝혔다. 당시 박 회장은 “청와대 내부에 심각한 보안사고가 발생했다”고 우려하면서 유출 문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고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통해 조사도 요청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를 이행했는지 여부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 당시 세계일보가 박 회장에게 문건을 건네며 설명한 문건 입수 경위와 박 회장의 사후처리 과정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회장이 입수한 100여쪽의 문건에 이번 사건을 촉발 시킨 ‘정윤회 문건’도 포함돼 있었는지, 평소 가깝게 지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이 문건의 진위여부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는지도 조사했다.
또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지난 3월 시사저널이 보도한 ‘박지만 미행설’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미행하던 사람을 추궁한 결과 ‘정윤회씨가 시켰다’는 자백을 받아냈다는 당시 보도는 권력암투설의 신호탄이었다. 검찰은 당초 ‘문건 의혹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을 뒤로 미뤄 왔으나, 정씨가 검찰에서 “박 회장과 대질시켜 (미행 의혹) 문제를 끝내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한꺼번에 규명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이 보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어서,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 당초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 나가서 정씨의 전횡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청와대와 주변의 만류로 뜻을 굽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지인들에게 “정씨가 (미행설에 대해) 거짓말을 계속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박 회장이 정씨와의 갈등 상황을 검찰에 자세히 진술할수록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라는 점 때문에, 박 회장이 어느 선까지 인정했는지는 미지수다.
‘7인 모임’의 실체 규명도 박 회장 조사의 쟁점이다. 청와대는 ‘7인 모임’이 청와대 문건의 허위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다는 감찰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고, 모임의 멤버 중에 박 회장의 비서 출신 전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작성과 유출의 배후가 박 회장으로 이어지는 셈이어서 검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검찰은 “7인 모임의 실체를 검찰이 조사한다는 보도는 수사의 현재 흐름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미행설과 문건 유출 부분을 집중 조사했고, 현재로서는 (박 회장을) 추가로 부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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