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기도 '샤하다' 창 밖 내걸고 의견 표명 위해 라디오 매체 접촉
濠, IS 격퇴 적극 동참에 자극 이슬람 극단주의자 보복 소지도
호주 시드니 인질 사건이 발생하고 15일 저녁까지 반나절이 지났지만 범행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 인질범이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인질 숫자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정황상 범인이 이슬람 과격세력과 연계됐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사건은 검은 복장에 머리 띠를 두른 남자가 파란색 가방을 들고 이날 오전 시드니 도심 마틴 플레이스의 프랜차이즈 카페 린트 초콜릿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이 남자가 가방에서 총을 꺼내 들면서 카페 안에서 아침 한때의 여유를 즐기던 손님과 종업원들은 인질이 돼 공포에 휩싸였다.
IS와 무관한 자생 테러리스트 가능성
손님들이 수시로 들고나는 카페라 사로잡힌 인질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손님과 종업원 20명 가량이 잡혀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 후에, 린트 호주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론은 40명 정도로 안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범인이 카페에 들어오기 직전 카페를 나섰던 한 손님은 12명 정도가 카페 안에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6시간 이 흐른 점심 직후 남성 3명이 카페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후 1시간쯤 여성 2명이 추가로 빠져 나왔다. 이 중에 종업원으로 일하던 20대 한인 여대생 배모씨도 있었다. 이들이 도망친 것인지 풀려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경찰청의 부청장인 캐서린 번은 “인질 숫자는 명확히 알 수 없고 범인의 신원과 범죄 목적도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번 부청장은 “인질들은 아직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화적 해결을 위해 범인과 접촉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범인은 요구 사항이나 자신의 신분 등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슬람 세력과 관련성이 농후하다. 범인은 인질 두 명에게 검은 바탕에 하얀 아랍 문자로 쓴 천을 창 밖에서 보이도록 들고 있게 했다. 이 천에 쓴 글은 이슬람이 기도 문구인 ‘샤하다’로 추정된다. 기독교의 주기도문과 유사한 샤하다는 ‘알라 이외에 신은 없고 무하마드가 그의 전령사다’라는 내용이다. 호주 테러전문가인 모나시대 그렉 바튼 연구원은 “이 천은 범인이 IS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범인은 인질 한 명을 풀어는 조건으로 경찰에 IS 깃발을 요구했다고 CNN이 전했다. 범인은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 위해 라디오 등 3개 매체와 접촉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IS 등과의 연계성이 적다면, 지난 10월 말에 캐나다에서처럼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의 범행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 테러단속 강화에 이슬람계 불만 커져
호주가 IS 등 이슬람 과격세력의 목표물이 되는 것은 보수성향의 집권 자유당 토니 애벗 총리가 미국의 IS 격퇴 전선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이미 수백 명의 군사요원을 중동에 파병했고 IS 공습에도 참가했다. 호주 정부는 IS와 접촉한 혐의가 있는 젊은 이슬람 남성들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반테러 소탕 작전도 펼쳤다. 경찰의 테러 혐의자 검거와 테러범 처벌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반테러법도 제정했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호주 내 젊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자극했다. 마틴 플레이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시민들을 무작위로 참수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호주 정보기관 추산에 따르면 호주 출신 IS 대원은 70명에 이른다. 15명의 호주인이 IS의 자살폭탄 공격 등에 가담해 숨졌고 20명은 호주로 돌아온 상태다. 호주 출신으로는 모하마드 알리 바얄라이가 IS 간부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월 IS 대원이라고 주장하는 17세 호주 소년이 애벗 총리와 미국, 영국 등을 공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호주의 이슬람 교도는 전체 인구(2,200만명)의 2%인 45만명 가량. 호주 정보기관은 주로 이민 가정 출신의 불우 이슬람 청년들이 IS에 가입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호주는 2002년 인도네시아 관광지 발리에서 과격 이슬람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의 테러로 자국민 88명이 숨진 뒤 인도네시아 정부에 과격 이슬람 단체의 단속을 강력 요구해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시드니=고직순 호주한국일보 기자 editor@koreatime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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