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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당한 中 청년 18년만의 뒤늦은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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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당한 中 청년 18년만의 뒤늦은 무죄 판결

입력
2014.12.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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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총살당한 18세 중국 소수민족 청년의 한이 어머니의 끈질긴 호소로 18년 만에 풀리게 됐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고급인민법원은 15일 피고인 후거지러투(呼格吉勒圖ㆍ사진) 고의살인 사건에 대해 1996년의 원심을 취소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996년4월 당시 18세였던 후거지러투는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의 공공 화장실에서 한 여성 시신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후거지러투의 당일 10여 분간 종적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를 살인범으로 몰았다. 위압적 경찰과 일사천리 법 집행 분위기 속에서 수사와 기소, 사형선고까진 달포 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족들은 후거지러투가 살인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다 경찰의 물증도 없다며 항소를 해 봤지만 원심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62일만에 사형집행까지 이뤄지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후거지러투의 무죄를 믿었고 사형이 집행된 후에도 장장 9년 간 베이징(北京)의 중앙 기관들을 찾아 다니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원히 묻힐 뻔한 이 사건의 반전이 이뤄진 것은 2005년. 당시 10명 연쇄살인 혐의로 체포된 자오즈훙(趙志紅)이 후거지러투가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까지 실은 자신이 죽인 것이라고 자백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진상이 드러났는데도 판결을 뒤집을 경우의 권위 실추 등을 우려한 법원은 재심을 미뤘다. 네이멍구고급인민법원은 지난달에서야 후거지러투 사건의 재심을 공식 확인했다. 그리고 이날 원심을 취소하고 무죄 판결을 내린 뒤 재심 판결서를 후거지러투의 가족, 변호인, 검찰에 송달했다.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18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너무 늦은 뒤였다.

이날 판결서를 직접 전달한 자오젠핑(趙建平) 네이멍구고급인민법원 상무 부원장은 후거지러투의 부모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후거지러투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몹시 아픈 것”이라고 밝혔다. 후이펑(胡毅峰) 네이멍구고급인민법원장은 개인적 차원의 위로금 3만위안(약 540만원)을 보냈다. 후거지러투의 부모는 그러나 “무죄 판결에도 아들은 돌아올 수 없다”며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통곡, 주위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9년 간 재심을 미뤄 온 법원이 태도를 바꾼 것은 지난 10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의법치국(依法治國)이 선언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중국에서 무고한 사람이 살인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거나 심지어 사형 판결을 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최근 ‘녜수빈 사건’에 대해서도 산둥(山東)성 고급인민법원이 재심을 할 것을 결정, 주목된다. 녜수빈은 1994년8월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 교외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22살 나이로 사형을 당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05년 1월 잡힌 성폭행범 왕수진(王書金)은 4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하며 그 중 한 명이 녜수빈이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경찰은 2007년 왕수진에 대해 3명을 살해한 혐의만 적용했다. 네수빈의 가족들은 항소를 해 봤지만 지난해 9월 나온 결과는 바뀐 게 없었다. 녜수빈의 어머니는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다른 가족이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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