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음주사고 들어 알고 있어...살다보면 겪는 일, 나아서 만나자"
남북단일팀 재구성 희망도 밝혀
“남북 단일팀이 다시 한번 구성되기를 바랍니다.”
‘지바 신화’의 주역이자 북한 탁구계의 영웅인 리분희(46)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이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북한 청각장애인 축구팀을 이끌고 4박5일 일정으로 호주 시드니를 방문 중인 리 서기장은 13일 오후(현지시간) 시드니 인근 한인타운에서 “북남 단일팀이 지바 대회에서만 단발적으로 끝나 아쉽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리 서기장은 북한 탁구대표팀 선수 시절이던 1991년 일본 지바(千葉)에서 열렸던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현정화(45)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과 남북 단일팀을 이뤄 중국의 9연패를 저지하고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바 신화’를 일군 리 서기장과 현 감독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2012년 영화 ‘코리아’로 다시 한번 회자됐다.
리 서기장은 교통 사고로 인한 아시아 경기대회 불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리 서기장은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앞으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또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차를 몰고 가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목과 팔을 좀 다쳤는데 엄청난 중상인 것처럼 보도됐다”면서 “현재 회복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월 열렸던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이끌고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대회 개막을 얼마 앞두고 사고를 당해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리 서기장과 현 감독의 23년 만의 재회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공교롭게도 리 서기장의 교통사고 이후 1주일도 안돼 현 감독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책임을 지고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촌장 직에서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리 서기장은 “(현 감독의 음주사고도) 들어서 알고 있다”며 “생활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겪는 것이니 앞으로는 술 많이 마시지 말고 빨리 나아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리 서기장은 지난 13일 호주 대표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 올림픽에서 1개 종목 이상에서 우승하는게 목표”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북한 청각장애인축구팀은 지난 10일 시드니에 도착, 시드니한인회(회장 송석준)가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가했다. 만찬에서는 특히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와 ‘휠체어 비올리스트’ 신정훈씨가 북한 노래인 ‘반갑습니다’ ‘조국 찬가’를 함께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축구팀은 이어 12일에는 시드니 리드컴의 웨스텔라 르네상스펑션 센터에서 열린 호주 체육부 초청 만찬에 참석해 환영을 받았다.
한편, 호주 정부는 2008년1월 북한 대사관 철수 이후 북한 관계자들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호주 정부는 그러나 이번 호주 청각장애인 축구팀이 초청한 북한 선수단 방문은 허용, “향후 스포츠와 문화예술 분야의 대북교류는 일부 허용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드니=호주한국일보 고직순기자 editor@koreatimes.com.au.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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